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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넣어” 출생년도 안썼는데도 ‘합격’…‘이스타 채용 비리’

입력 | 2022-11-12 09:25:00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의혹을 받는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14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전북사진기자단 공동취재 2022.10.14 뉴스1


“구멍가게도 아니고, 인마. 무조건 넣어야 되는데…마지막 주에 4명 넣어서 하라 그래.”

이스타항공 최종구 전 대표이사가 2015년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채용 명단을 보고 받은 후 한 말이다. 최 전 대표는 자신이 청탁받은 지원자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자 “○○○라고 남자야, 남자. 내가 너한테 다 적어줬잖아 인마. 빨리 (서류전형 합격처리 되었는지) 확인해 봐”라며 폭언까지 했다.

12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로부터 받은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의혹’ 공소장에 담긴 내용이다.

공소장에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국회의원(무소속)과 최종구·김유상 전 이스타항공 대표가 인사팀 직원들에게 청탁 지원자들을 합격시키도록 지시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최 전 대표는 2015년 11월6일 청탁받은 지원자가 출생연도를 적지 않아 서류전형에서 불합격 처리된 사실을 보고받자 인사팀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자식이 진짜 이거.…(중략)…만약에 빠진 거 있으면 서류는 해주기로 했단 말이야.…(중략)… 자식이 이거를 인마, 이런 걸 인마 중요한 걸, 사람을 완전 병신 만들고 뭐냐. 인마”라며 윽박지르며 합격처리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적시됐다.

그러나 최 전 대표는 인사팀 직원에게 해당 청탁 지원자에 대해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의원은 최 전 대표와 김유상 전 대표에게 자신이 청탁받은 지원자들의 이름, 생년월일, 지원번호 등을 알려주고, 최 전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인사팀 직원들에게 특정 지원자들을 직접 언급해 무조건 합격시키도록 지시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 전 의원은 최 전 대표와 김 전 대표가 직접 청탁받은 사람들도 지원자에 포함하도록 승인했다.

인사팀 직원들은 이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인사, 보직 등에서 불이익받을 것을 우려해 추천인란에 ‘대표이사’, ‘부사장’, ‘○○○보좌관’ 등을 명시해 청탁 지원자들을 특별 관리했다.

그 결과 객실 승무원 1차 면접 대상자 커트라인이 231등이었으나 탈락자인 755등이 합격했고, 신입부기장 필기 전형 대상자에 커트라인(152등)에서 벗어난 183등이 포함됐다. 또 서류 전형에서 토익스피킹 기준 점수(레벨 4)를 갖추지 못하거나 기준 연령(1991년생 이하)에 해당되지 않는 지원자들이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입부기장 자격 요건인 신입 사업용 조종사 면허, 항공무선통신사, 항공 영어 자격증이 없거나 기준에 못미치는 결격자가 합격하는가 하면 객실 승무원에 최종 탈락한 청탁 대상자가 일반직 운송본부 직원으로 최종 합격해 입사하기도 했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권찬혁)는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지난 1일 업무방해 혐의로 이상직 전 의원과 최종구 전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김유상 전 대표는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의원 등은 2015년 11월6일부터 2019년 3월까지 이스타항공 신입직원 600여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인사담당자에게 자신들이 청탁받은 지원자 총 147명을 합격 처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그중 최종합격자는 7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의원 등에 대한 첫 공판은 12월12일 전주지법에서 열린다.

(전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