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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민간인 노리는 러시아 군집 드론 공격, 북한도 모방 가능성

입력 | 2022-11-12 11:41:00

한국군 대공체계로 방어 어려워… 고출력 극초단파(HPM) 무기 긴급 도입해야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뉴시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전쟁’으로 불릴 만큼 전장 곳곳에서 드론이 널리 쓰이고 있다. 기존 군사용 드론은 첨단기술이 적용돼 대단히 값비싸고 복잡한 무기체계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저가 상용 드론도 대단히 위력적인 무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저가 레저용 드론도 전장 투입 가능

우크라이나군의 주력 드론은 대개 중국산 레저·산업용 제품이다. 고가 모델은 전용 컨트롤러가 있지만, 제품 대부분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조종한다. 스마트폰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민수용 드론을 폭격기로 변신시킬 수 있는 셈이다. 개조와 사용이 쉬운 반면, 성능은 위력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어지간한 민수용 드론은 사실상 조종자의 가시거리 안에서만 비행할 수 있고 조작도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스스로 자세를 제어해 안정적으로 비행하는 자율비행 개조 칩셋과 소프트웨어가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1000달러(약 144만 원)대 비교적 저렴한 드론도 10㎞ 거리까지 비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자율비행시스템과 각종 센서를 이용한 계기비행 기술이 도입된 덕에 민수용 드론의 성능은 점점 향상되는 추세다. 가령 국내에서 100만 원대 가격에 판매되는 한 중국산 드론은 10~15㎞ 거리까지 자율비행이 가능하고 내장 카메라로 주야간 촬영도 할 수 있다. 지상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표적에 초점을 또렷이 유지한 채 촬영하는 성능까지 갖췄다.

우크라이나는 이처럼 저렴한 민수용 드론에 대전차 수류탄을 매달아 전차 위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러시아군 전차 부대를 사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정찰, 포병 표적 획득, 방공망 교란 등 다양한 임무에서 드론을 폭넓게 활용하며 상당한 전과를 거두었다. 피해가 커지자 러시아군 역시 민수용 드론을 구해 정찰·공격 용도로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군사작전에서 드론의 강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공히 정찰용 드론으로 많이 사용하는 모델의 경우 길이 약 35㎝에 전체 중량 1㎏이 안 되는 작은 덩치로 최대 6㎞ 고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 같은 소형 드론은 고해상도 레이더가 아니고서야 식별이 불가능하며, 육안으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자칭 ‘세계 최강 야전방공시스템’ 판치르 시스템의 레이더도 이 정도로 작은 물체는 포착할 수 없다. 설령 레이더로 식별하더라도 수㎞ 상공에 떠 있는 30㎝ 크기의 표적을 맞힐 무기도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드론 공격에 당하는 처지에선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전 초부터 드론에 호되게 당한 러시아는 현대전에서 드론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드론을 이용한 공격 작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중국과 함께 드론 강국으로 불리는 이란에 접근해 자폭형 드론을 대거 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러시아는 하루 수십 대의 자폭형 드론을 띄워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공격하고 있다.

탄두 품고 자폭하는 러시아 드론

러시아군이 도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의 자폭 드론 샤헤드-136. 위키피디아

이란이 생산하는 드론은 성능 자체가 뛰어난 것은 아니다. 가령 러시아가 ‘게란-2’라는 제식명으로 2400여 대를 도입했다고 의심받는 이란 ‘샤헤드-136’ 드론을 살펴보자. ‘최첨단 배회탄약시스템’이라는 거창한 선전과 달리, 공대 학부생 수준의 지식과 기술만 있으면 값싸게 제작할 수 있는 물건이다. 이 드론은 플라스틱 프레임에 독일제 초소형 경비행기용 가솔린 엔진 ‘림바흐 L550E’를 장착했다. 여기에 민수용 위성항법 연동 자율비행 칩셋과 통신용 안테나를 결합해 목표 좌표를 미리 입력한 뒤 발사하면 내장된 탄두를 품고 자폭한다. 동체 프레임, 통신 시스템, 엔진, 칩셋을 포함해 전체 제작비가 2만 달러(약 2900만 원)도 안 되는 저렴한 무기다. 게란-2는 구조가 단순한 덕에 고장이 적고 튼튼해 비행거리도 길다. 제작사 측 주장에 따르면 최대 2500㎞까지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3000만 원 남짓한 비용으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보다 먼 거리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면 이런 무기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러시아는 매일같이 게란-2 드론을 날려 우크라이나 대도시들을 공격한다. 특히 민간인 거주지를 집중 타격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항전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다. 10월 중순부터 우크라이나 키이우, 드니프로, 오데사 등 주요 도시가 드론 공격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각각의 드론엔 어지간한 대구경 로켓에 버금가는 규모인 40㎏ 고폭탄두가 내장돼 있다고 한다. 이렇다 할 방호 설비가 없는 민간 건물에 명중하면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 군사력에 유의미한 손실을 안길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민간인에게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러시아 드론 공격의 희생자는 대부분 전쟁과 관련 없는 시민이다. 집에서 잠자거나 출근길, 등굣길에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무고한 사람들이다. 러시아는 과거 소련 시절부터 의도적으로 민간인 피해를 유발한 후 적국 내 스파이 네트워크로 반전 여론을 형성하는 전술을 즐겨 사용했다. 적국 지도부를 정치적으로 압박해 굴복시키는 책략이다. 최근 드론 공격의 목적도 비슷해 보인다. 민간인 사상자가 늘수록 전쟁에 회의감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는 우크라이나 국민 전체의 항전 의식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체제가 불안해져 러시아 입김이 세질 수 있다.

2014년 청와대 상공 뚫은 北 드론 전력화

2014년 경기 파주시 한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군 드론 카메라에 서울 시내 모습이 찍혀 있었다. 뉴스1

우크라이나는 계속되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에 맞서 방공 자산을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게란-2 드론은 속도가 느려 요격하기 쉽지만 한 번에 수십 대씩 무리 지어 날아들기 때문에 완벽하게 방어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최근 러시아 드론 공격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MIG-29 전투기 사례를 보자. 해당 전투기는 출격 후 게란-2 드론 5대와 순항미사일 2발을 격추했다. 그러나 미사일을 모두 소진한 탓에 남은 드론 1대를 기관포로 막다 그 파편에 맞아 추락했다. 다급해진 우크라이나 측은 미국과 유럽 국가에 지대공미사일을 더 많이, 빨리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서방 국가가 아무리 많은 미사일을 보내줘도 2400대 이상인 러시아의 자폭 드론을 모두 요격할 순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투입하는 드론은 비행거리를 줄이거나 복잡한 유도장치를 생략하면 수천 달러로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염가다. 반면 이런 드론을 잡는 데 쓰이는 ‘첨단지대공미사일체계(NASAMS)’ 미사일은 1발에 100만 달러(약 14억3000만 원), IRIS-T 방공체계 미사일은 1발에 45만 달러(약 6억4380만 원)가 넘는다. 러시아가 2400발의 게란-2를 모두 쏴도 4800만 달러(약 686억 원) 정도 돈을 쓴다면, 우크라이나가 NASAMS, IRIS-T 같은 미사일로 이를 전부 잡는 데는 10억~24억 달러(약 1조4300억~3조4327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낮은 기술력과 적은 비용만 있어도 큰 군사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드론 전술에 주목하는 나라는 러시아만이 아니다. 북한도 오래전부터 드론 무기화에 큰 관심을 갖고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북한군은 다양한 체급의 드론을 제작해 대량 운용 중이다. 2014년 대단히 조잡한 염가형 드론으로 청와대 상공을 뚫었을 때 드론의 유용성을 체감한 것이다. 드론은 획득 비용도 미사일의 수십에서 수백 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고 평시 훈련도 사실상 필요 없다. 일단 만들어놓기만 하면 이렇다 할 유지비가 들지 않는다. 유사시 북한이 대량의 드론을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날려 보내면 현재 한국군 방공시스템으로 이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이 소형 군집 드론으로 생화학무기를 살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HPM 무기, 긴급 전력화해야

미국의 고출력 극초단파(HPM) 무기체계. 레이시온 제공

현재 야전방공 전력의 핵심인 K263 자주대공포(이른바 ‘발칸포’), 비호 자주대공포, 천마 지대공미사일 체계 등은 한 번에 1개 표적만 공격할 수 있는 낡은 개념의 무기체계다. 떼를 지어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오는 공중 표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설령 다수의 대공 표적을 제압할 수 있다 해도 천마가 사용하는 미사일은 1발에 20만 달러(약 2억8600만 원), 비호복합 또는 신궁이 운용하는 미사일은 1발에 13만 달러(약 1억8600만 원)가 넘는다. 100% 요격에 성공해도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고출력 극초단파(HPM) 무기다. 높은 출력의 극초단파를 쏴 일정 영역 내 전자회로에 순간적인 과부하를 걸어 파괴하는 무기다. 기술적 원리 자체는 대단히 간단하고 방사(放射) 범위도 넓어 출력만 받쳐주면 밀집 대형으로 날아오는 드론을 동시에 떨어뜨릴 수 있다. HPM 공격을 받은 드론은 비행제어시스템은 물론, 내부 탄두의 전자식 신관도 무력화되기 때문에 추락해도 폭발 가능성이 낮다. 최근 미국 스타트업 ‘에피루스’는 미 육군의 지원을 받아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소형 저고도 레이더와 HPM 방사 장치를 결합한 카운터 드론 시스템 ‘레오니다스’를 개발했다. 레오니다스는 최근 성능 실험에서 대량의 드론을 동시에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도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물론, 주요 방산업체가 다양한 형태의 HPM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군이 정식으로 소요를 제기하지 않아 전력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실전에서 보여줬듯이 염가형 소형 군집 드론은 몇 주 만에 수백 대를 장만해 물량 공세를 펼 수 있는 무기다. 한국군의 무기 도입 시스템은 경직돼 있어 당장 소요를 제기해도 실제 전력화하는 데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 일쑤다. 군집 드론에 대응할 HPM 무기는 통상적인 도입 절차가 아닌 긴급히 소요를 제기해 전력화할 필요가 있다. 부디 군당국이 우크라이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융통성과 추진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64호에 실렸습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