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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과거에도 심했다고?[이미지의 환경수다]

입력 | 2022-11-13 08:00:00


서울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9일 한 시민이 남산에서 뿌연 서울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동아일보DB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2017년과 2018년 환경팀에 있으면서 미세먼지에 대해 많은 기사를 썼다. 지금도 미세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적지 않지만 당시엔 정말 많았다. 매주 기사 주문이 쏟아졌다. 미세먼지 예보는 물론 미세먼지 배출원, 성분 분석, 국내외 미세먼지 비교, 실내 미세먼지 등등. 겨울에서 봄에 이르기까지, 한참 많이 쓸 때는 거의 하루걸러 한 번 미세먼지 기사를 썼던 것 같다. 

그렇게 기사를 많이 썼다면서 또 할 말이 남아있냐고? 그럼! 

지면에 들어가는 기사는 길어야 1800자고 당장 현안을 쓰기 바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쓸 기회가 많지 않았다. 

어느덧 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계절이 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의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떨어졌던 지난 2년과 달리 올해는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갈 거라고들 한다. 이쯤 해서 미세먼지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가 되었다. 
‘초’미세먼지의 등장
미세먼지라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말이 되었다. 다섯 살 우리 집 막내도 안다. “엄마, 오늘 미세먼지가 많아서 바깥 활동을 못 했어!” 초등학교 고학년인 첫째는 어느덧 미세먼지 도사가 되었다. “미세먼지를 마시면 호흡기에 염증이 생기고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는 학자들이나 소수의 기자들만 알던 말이었다. 언제부터 온 국민의 상식이 되었을까? 동아일보 과거 기사를 검색해봤다. 미세먼지라는 말이 처음 언급된 건 1993년 3월 6일, 아직 신문이 세로쓰기를 하던 시절 ‘지하상가 대기오염물질 심각, 발암물질 벤조필렌 많아…한양대팀 조사, 미세먼지는 기준치 4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다. 그러고는 1995년, 1996년 띄엄띄엄 기사가 이어진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덮친 2015년 중국 베이징의 모습. 동아일보DB

본격적으로 많은 기사가 나오는 것은 2013년부터다. 그렇다면 2013년 느닷없이 왜 미세먼지 기사가 늘어난 것일까? 이유는 그 해 옆 나라 중국이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난리가 났기 때문이다. 2013년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당 89.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까지 치솟았다. 최대치가 아니라 연중 평균 농도다. 현재 국내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당 76μg 이상)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원래도 높았을 테지만 마침 공기가 정체되는 등 기상학적인 상황이 겹쳤을 것이다. 며칠간 쌓인 미세먼지로 뿌연 스모그에 갇힌 베이징의 사진과 영상은 우리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저 미세먼지가 봄철 서풍을 타고 다 우리나라로 날아온다니!’ 국내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크게 높아졌다. 같은 해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경유차 미세먼지를 석면, 벤젠과 마찬가지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는 소식까지 이어졌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랐던 미세먼지라는 단어가 온·오프라인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사실 당시까지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라 부르던 것은 PM10이었다. PM이란 미립자 물질(Particulate Matter)의 약자, 뒤에 붙은 숫자는 크기를 뜻한다. PM10은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와 같거나 그보다 작은 미립자 물질이라는 뜻이다. 굉장히 작긴 하지만 많이 날아다니면 눈에 보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봄철 중국 고비사막으로부터 날아오는 황사가 PM10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대기오염물질로서 미세먼지(ultra fine particles)라 하면 PM2.5를 뜻했다. PM10은 그보다 훨씬 크고 따라서 체내에 들어갈 가능성도 PM2.5보다 낮기 때문에 별도로 ‘suspended particles(부유먼지)’라 부른다. 

2013년 이후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된 것은 PM2.5였지만, 이는 한국에서 미세먼지(PM10)라 부르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이에 정부는 PM2.5에 ‘초(超)’를 붙여 초미세먼지라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에게 지금은 익숙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탄생했다. 
미세먼지 농도, 과거에 더 높았다
미세먼지 기사가 2013년부터 급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2013년에 없던 문제가 갑자기 심각해진 것은 아니었다. 1993년부터 기사가 있었던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 전에도 문제는 있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미세먼지는 과거에 더 심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보통은 “에이, 설마. 나 어릴 땐 공기 깨끗했어!” 이런 반응이 돌아온다. 안타깝게도 그건 착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주 오래 전에는 깨끗했을 수 있다. 혹은 일부 청정지역이 있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미세먼지 농도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꽤 오랫동안 꾸준히 떨어져왔다. 

1998~2020년 전국 연평균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추이. 환경부 제공. 

PM10인 미세먼지는 1990년대 중반부터, PM2.5 초미세먼지는 2015년부터 공식 측정했는데, 환경부가 매년 발간하는 대기환경연보에 따르면 전국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998년 ㎥당 55μg에서 들쑥날쑥하며 2002년 61μg까지 올랐다가 이후 서서히 떨어져 2012년 처음 40μg대로 들어섰고(45μg), 2020년 33μg까지 줄었다. 적어도 1990년대 중반부터 전반전으로 감소세였다고 볼 수 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2014년 이전 공식수치는 없다. 하지만 2.5μm보다 작은 먼지인 초미세먼지가 10μm보다 작은 먼지인 미세먼지에 속하고, 2015년 이후 두 미세먼지 농도 추이가 거의 비슷한 걸 감안할 때 2014년 이전 역시 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줄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보여주는 비공식 측정값들은 있다. 한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측정한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2004년 ㎥당 30μg에 육박했던 초미세먼지 농도는 서서히 떨어져 2010년대 20μg대 중반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1990년 이전에는 어땠을까? 자료를 찾진 못했지만, 역시 한동안은 농도가 떨어져왔을 것이라 짐작한다. 국내 대기환경규제는 꾸준히 강화돼왔기 때문이다. 실제 고령의 어르신들 가운데 “어릴 때 바깥 나갔다가 집에 들어와서 코를 풀면 시커먼 콧물이 나왔다”고 회상하는 분들도 있다.  

노후경유차 배출가스를 점검하는 서울시 직원들. 동아일보DB

물론 그렇다고 미세먼지의 ‘위험’이 꼭 줄어왔다는 뜻은 아니다. 농도는 줄었어도 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이 달라지면서 위해성은 높아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WHO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경유차 미세먼지의 경우 경유차 보급이 늘어난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증했을 것이다. 산업과 연소형태의 변화로 더욱 작고 위험한 미세먼지의 배출이 늘었다는 분석도 종종 나온다. 
남의 탓 그만!
미세먼지가 요 근래 들어 더 심각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근거 중 하나가 이른바 ‘중국발 미세먼지’다. 최근 경제 발전으로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늘었고, 그 미세먼지가 대거 한국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과거보다 국내 미세먼지가 심해졌을 것이라는 논리다. 

2018년 중국 쪽에서 오는 미세먼지를 촬영한 위성사진. 동아일보DB

한국이 편서풍 지대에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다량 발생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선 측정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1990년대 이래 미세먼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당 90μg에 육박했던 베이징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근에는 50μg대로 떨어졌다. 올해 6월 발표된 초미세먼지 종합분석에 따르면 2021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중국 전역의 농도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다.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베이징, 허베이, 텐진 지역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가 각각 36%, 14%, 21%나 떨어졌다. 정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중국인들도 도저히 못 살겠어서 줄이고 있다”고 한다. 하긴 한국에서는 ㎥당 36μg(‘나쁨’ 수준)만 넘어도 하늘이 희뿌연데 90μg이면 숨이 턱 막히지 않겠는가. 

다 떠나서 이제 다른 나라 책망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국내 미세먼지 농도에 중국의 영향이 절반이라면 한국의 영향도 절반이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양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1980년대부터 미세먼지를 연구해온 전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 장재연 현 재단법인 숲과나눔 이사장은 ‘미세먼지는 중국산이라는 프레임이 정부와 시민들로 하여금 국내 저감 노력을 등한시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해왔다. 중국과의 협력은 필요하겠지만, 다른 나라에 감축을 강요할 순 없다. 만약 한국보다 공기 질이 좋은 일본이 “‘한국발 미세먼지’로 우리 공기 질이 나빠지고 있으니 공장 그만 돌려라”고 요구한다면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농장에서도 미세먼지가?

대형 공장의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모습. 동아일보DB

국내 배출원에서 줄일 수 있는 것들을 찾아 감축하는 것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다. 현재 특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굴뚝자동측정기(TMS)를 달고 실시간으로 배출물질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TMS 적용 기업을 확대하고 차량의 경우 미세먼지 배출이 적은 무공해차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뿐 아니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배출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여기서 질문, 국내에서 초미세먼지 배출이 가장 많은 시도는 어딜까? 흔히 미세먼지 하면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매연을 생각하는 만큼 산업이 발달하고 사람이 많은 서울 등 수도권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경북이 1만8560t으로 가장 많고 이어 충남 1만5314t, 전남 1만1205t 순이다. 공장이 몰린 경기의 배출량은 9880t, 우리나라 최대 도시 서울의 배출량은 2732t밖에 되지 않는다. 

이유는 초미세먼지 부문별 배출량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같은 해 전체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8만7618t인데 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제조업 연소로 2만7118t이었고, 이어 비산먼지 1만7272t, 비도로이동오염원 1만5989t 순으로 많았다. 생물성 연소도 1만1482t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도로이동오염원(자동차)에 의한 배출은 6182t이었다.

비산먼지, 비도로이동오염원, 생물성 연소를 합치면 공장 굴뚝과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양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배출원일 것이다. 비산먼지란 말 그대로 ‘날리는 먼지’로, 시멘트나 광물, 골재를 다루는 공장에서 배출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먼지를 뜻한다. 비도로이동오염원은 선박, 기차, 비행기, 건설기계와 농기계 등 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모든 이동원으로부터 나오는 미세먼지다. 생물성 연소는 지방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경작지 주변에서 농업 잔재를 한데 모아 태우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큰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생각지 않았거나 적발·단속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관리가 덜 이뤄진 배출원들이다. 그러나 시도별 배출량 순위에서 알 수 있듯이 차량과 굴뚝이 적은 지역에도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당한 것을 보면 이들의 관리가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돼지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새끼 돼지들. 동아일보DB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미세먼지를 만드는 원인물질들이다. 예를 들어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인쇄공장에서 배출하는 VOCs(휘발성유기화합물)와 같은 물질들은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다른 대기 중 물질과 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된다. 과거 취재했던 한 지방도시의 경우 지역 내 농장 말고는 별다른 대기오염원이 없는데 초미세먼지 고농도 일수가 전국 수위권에 들었다. 당시 이를 연구했던 기관은 농장에서 배출한 암모니아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돼지 똥이 미세먼지를 만든다는 거야?” 누군가는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다. 미세먼지는 시커먼 자동차 배기가스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올해 미세먼지 다시 높아질 가능성
2020년과 2021년 전국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당 19μg과 18μg으로 2015년 공식 측정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세먼지 규제를 강화해온 덕도 크겠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의 활동량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올해 다시 사람들의 활동량이 늘고 각종 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기상 상황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장기전망을 통해 올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공기 정체가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제 에너지 정세가 요동치면서 중국을 비롯한 나라들이 화력발전의 가동률을 높이거나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유예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여러 불가피한 상황들로 인해 미세먼지를 당장 없애거나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미세먼지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지, 그 결정에 시민들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비판한 끝에 근 몇 년 새 미세먼지 상황은 많이 개선됐다. 앞으로도 우리 모두의 역할이 크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