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김종덕, KLPGA-KPGA 상금왕 등극 65세 최고령 챔피언 랑거 최다승 눈앞 수십 년 근력 운동 통해 근 감소증 예방 집에서나 사무실에서나 꾸준한 실천 중요
제27회 한국시니어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마지막 날 10언더파 62타를 몰아치며 우승한 61세 김종덕. 대한골프협회 제공
박재현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근육은 단순히 힘을 쓰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보행, 일상생활, 자세 유지 등 모든 활동에 필요하며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당뇨병의 발생을 막고,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근육량이 늘면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혈액 순환이 증가해 고지혈증도 피할 수 있다. 근력운동을 하면 ‘마이오카인’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되는 데 인지기능, 지방분해, 골다공증, 식욕조절, 면역에 걸쳐 전신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희망 드리고 싶어요.”
김선미(49)는 4일 종료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스투어(40세 이상 출전)에서 2승을 거두며 3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미국PGA 챔피언스투어에서 통산 44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은 베른하르트 랑거(65). 그는 챔피언스투어 최다승 기록에 1승차로 다가섰다. PGA투어 제공
그로부터 이틀 뒤인 9일에는 김종덕(61)이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스투어 한국시니어오픈에서 우승하며 마지막 날 10언더파 62타를 몰아치며 우승해 상금왕 2연패까지 달성했다.
KLPGA 챔피언스투어에서 3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한 김선미(49)가 코어 근력 강화를 위한 몸통 회전 운동을 하고 이다. 김선미 제공
●런지, 플랭크, 스쾃으로 신체 균형
KLPGA 챔피언스투어에서 3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김선미(49)가 런지 운동을 하고 있다. 김선미 제공
전문가들은 운동 초보자인 경우 기구 없이 자기 체중을 이용하는 근력 운동을 권한다.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데 런지, 스쾃, 플랭크, 팔굽혀 펴기 등이 대표적이다.
PGA 챔피언스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베른하르트 랑거(65)가 플랭크를 하고 있다. PGA투어 캡쳐
베른하르트 랑거(65)가 플랭크를 하고 있다.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들고도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 있다. PGA투어 캡쳐
랑거는 “플랭크 자세에서 시작해 팔과 반대쪽 다리를 들어올려 30초 동안 유지한 뒤 다른 쪽으로 전환한다. 균형감이 향상되고 허리가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성봉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은 “랑거처럼 65세 나이에 정자세로 프랭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코어근육과 밸런스 능력이 젊은 사람 이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1972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랑거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60대 중반에도 250m에 이른다. 탄탄한 코어 근육을 앞세운 몸통 스윙을 중시하는 김종덕 역시 티샷을 250m 넘게 보낸다.
KPGA 챔피언스투어에서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김종덕(61)이 아령(덤벨)으로 보디턴 운동을 하고 있다. 김종덕 제공
●계단 걷기 등 일상에서 근육 자극
박재현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한양대 구리병원 제공
무릎 관절염이 있거나 허리 디스크 탈출증이 있는 경우라면 증상에 따라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엉덩이 근육 강화에 좋은 스쾃 동작. 스쾃 시범을 보이고 있는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스쾃의 가장 기본자세는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손을 가슴 앞부분에 오도록 둔 뒤 마치 의자에 앉듯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엉덩이는 뒤로 빼고 가슴은 구부러지지 않도록 세우는 동작이다. 폼롤러를 활용한 스트레칭과 저녁 식사 후 4㎞ 걷기도 늘 빼놓지 않는 김선미의 하루 일과다
김종덕은 덤벨과 고무줄(밴드)을 자신의 분신처럼 여긴다. “덤벨은 헬스클럽에서뿐 아니라 집에서 TV를 보면서 하기도 하고, 골프 대회 기간에는 호텔 방에서도 들어요. 한 번에 10~12회 3세트 정도를 합니다. 근력 강화를 위한 고무줄 당기기도 자주 하고요.”
서경묵 서울부민병원 스포츠재활센터장은 “노년층은 저강도 근력운동을 꾸준히 안하면 근육 자체가 저절로 빠지는 속도가 빨라져 근력과 지구력이 빨리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 센터장은 “자기 나이만큼 아침저녁으로 팔굽혀 펴기, 스쾃 천천히 하기, 프랭크 자세로 30초 씩 버티기, 마무리 스트레칭을 꾸준히 실천하면 좋다”고 권했다.
●부상을 극복한 노장 투혼
2022 KLPGA 엠씨스퀘어 챔피언스 클래식 with 군산시에서 우승한 김선미가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61세로 KPGA 챔피언스투어에서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김종덕이 호쾌한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고 있다. KPGA 제공
랑거는 19세 때 군 복무를 하다 척추 골절과 디스크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그 후 50년 넘는 골프 선수 경력 동안 근력과 유연성 강화를 위해 매일 피트니스 운동에 집중한 것으로 유명하다. 키 174㎝인 랑거의 체중은 반세기 넘도록 줄곧 72㎏을 유지하고 있다.
김종덕과 랑거는 부상 전력에 따라 일찍부터 몸에 부담을 덜 주는 부드러운 스윙을 지녔다. 허리, 어깨, 엉덩이 등의 관절을 많이 쓰지 않고 몸통 전체를 간결하게 회전하는 방식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스윙 교정을 시도하고 있다. 골프 선수로 롱런하기 위해서다.
랑거는 일반적인 퍼터보다 10인치(25.4㎝) 이상 긴 45인치(약 114.3㎝)에 이르는 롱 퍼터가 트레이드마크다. 마치 빗자루를 쓸듯 왼손을 명치에 대고 오른손은 샤프트 중간부분 그립을 잡고 퍼트를 한다. 20년 가까이 ‘빗자루 퍼터’를 쓰며 퍼트의 달인이 됐다. 서경묵 센터장은 “랑거는 구부린 자세로 퍼터를 집게 그립으로 잡다가 긴 퍼터를 사용한 것은 당시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김선미, 김종덕, 랑거. 성별, 나이, 뛰는 무대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지 모른다. 기본에 충실하며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업적이다. 나무도 뿌리가 깊어야 오래간다고 하지 않았나.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