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12일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진보 성향 단체들은 지난주 토요일에 이어 2주 연속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고, 보수 성향 단체들은 촛불집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수만 명의 인파가 도심에 몰리면서 도로 곳곳이 통제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9만여 명(경찰 추산 6만여 명)이 모였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 3시경부터 약 2시간 동안 숭례문 교차로에서 서울시의회까지 세종대로 약 1km 구간 왕복 10차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진행했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집회에서 ‘공무집행법 반대’, ‘노동개악 저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했다. 동시에 “이태원 참사 국가책임이다. 윤석열 정부 책임져라“는 구호도 외쳤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근처에서도 진보-보수 단체가 각각 주최한 집회가 동시에 여렸다.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4시경부터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 경찰 추산 4000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퇴진이 추모다’ ‘퇴진이 평화다’는 손팻말을 들고 “더 이상 못 참겠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각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자유연대’는 맞불집회 성격으로 ‘전 정부 인사 구속 수사 촉구 집회’를 열고 “추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신자유연대 집회에는 경찰 추산 800여 명이 참가했다.
서울시청과 대통령실 인근에서 진보-보수 단체가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 이날 서울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오후 6시 기준 시속 7.8㎞로, 올해 9월 토요일 도심 평균 속도 시속(19.5㎞)의 절반도 못 미쳤다. 집회 참가자들로 인도 통행조차 쉽지 않았다.
이날 광화문에 잠시 업무를 보러 온 30대 직장인 A 씨는 “일을 금방 마치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려고 했지만 종로3가에서 SFC까지 오는 데 1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윤이기자 yun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