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공화당과 초접전 승부 끝에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자 미 언론들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국정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얻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책 뒤집기’를 예고했던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해 바이든 행정부 정책 관련 각종 조사와 청문회, 맞불 입법이나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상원에서 이를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의회를 통과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반도체과학법 등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사업들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순방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캄보디아에서 “더 강해져서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 민주당 상원 격전지 4곳 중 3곳 승리
민주당이 12일(현지 시간) 승리를 확정지은 네바다주는 펜실베이니아주, 애리조나주, 조지아주와 함께 상원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곳이다. 이날 오후까지 800표 차로 앞섰던 공화당 애덤 렉설트 후보는 개표율 95%가 넘어가면서 민주당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 현 상원의원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라스베가스 등 젊은층이 대거 거주하고 있는 도심지 사전투표가 뒤늦게 개표된 데 따른 것이다.민주당이 상원선거에서 승리한 것을 두고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행정부와 여당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을 띠는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무덤’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첫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을 지킨 것은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민주당이 격전지에서 대거 승리를 거둔 것은 선거가 임박해질수록 민주당이 선거 핵심 이슈로 내건 낙태권 보장에 대한 관심 및 ‘민주주의 위협론’으로 상징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여성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등에선 중간선거 투표율이 대선에 육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후보들과 민주당이 내건 의제의 승리”라며 “공포와 분열을 부치기는 공화당의 후보들이 앞선 여론조사를 결코 신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바이든 국정동력 확보”
상원은 입법권과 함께 행정부 고위직과 연방 판사에 대한 인준권을 갖는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 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각주 연방 판사들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새 판사 임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브라이언 섀츠 민주당 하원의원은 “상원 다수당 지위는 우리가 기후 위기에 대응해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또 공화당이 IRA 등 주요 정책과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예고한 가운데 하원이 공화당에 넘어가더라도 민주당이 상원을 통해 하원 주도 법안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