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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계의 워런 버핏’ 21조원 재산→0원으로…

입력 | 2022-11-13 20:18:00


“이렇게 끝나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11일(현지 시간) 파산을 신청한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 샘 뱅크먼프리드(30)가 파산 다음날인 12일 남긴 트윗이다. 2019년 FTX 설립 후 1년 8개월 만에 40조 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 받은 그는 한때 ‘코인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렸다. 특히 올 6월 보이저디지털과 블록파이 등 유동성 위기에 빠진 다른 가상화폐 기업에 1000억 원 가까이 지원하며 ‘코인계의 백기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독선적이고 과격한 언행, 외연 확장에만 치우친 경영 방식,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과 불화 등이 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13일 “‘암호화폐의 제왕’에서 ‘테크 버블(거품) 패배자’들의 왕이 됐다”며 한때 160억 달러(약 21조2000억 원)에 달했던 재산이 며칠 만에 ‘제로(0)’로 줄어 역사상 가장 빠른 수준으로 부(富)가 파괴됐다고 분석했다.

뱅크먼프리드는 1992년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명문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2013~2017년 월가 투자사 ‘제인스트리트’에서 트레이더(거래 중개자)로 근무했다. 2017년 11월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한 임대주택에서 가상화폐 투자사인 ‘알라메다리서치’를 창업했다. FTX의 계열사인 이 업체는 FTX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로 꼽힌다.

FTX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헐렁한 반바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는 올해 4월 바하마에서 주최한 가상화폐 관련 콘퍼런스에서도 티셔츠 차림으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마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젊고 쿨한 경영자’ 이미지를 통해 세계적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테마섹 등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성격은 매우 무뚝뚝했으며 업계 동료 및 직원에게 종종 모욕적인 인사를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규제를 두고 자오 바이낸스 창업자와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그는 자오가 중국계라는 점을 들어 “그가 워싱턴에 갈 수 있느냐”라며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는 7일 FTX 발행 토큰 FTT 공개 처분 선언 직후 트위터를 통해 “바이낸스는 다른 기업들 몰래 적대적 로비를 하는 이들을 도울 수 없다”고 공격했다. WSJ 등은 바이낸스의 FTX 인수 시도 철회가 FTX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