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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민, 검열 피하기… SNS에 사투리로 ‘제로코로나’ 비판

입력 | 2022-11-14 03:00:00

웨이보에 “지옥에 가라” 등 비난도
광둥어로 작성… 바로 삭제 안돼
당국, 입국자 격리 단축 등 완화 조치



11일 중국 상하이 훙차오역에서 마스크를 쓴 역무원들이 객차 좌석에 비닐을 씌우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해외 입국자의 격리 기간을 7일에서 5일로 단축하는 등 일부 방역 정책을 완화했다. 상하이=신화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이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민이 융통성 없는 봉쇄 위주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표준 중국어 ‘푸퉁화(普通話)’가 아닌 지방 사투리를 쓰고 있다. 당국의 검열 및 탄압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12일 미국 CNN에 따르면 남부 광둥성 주민들은 소셜미디어 등에 광둥어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7일 광둥성 광저우 주민들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 4월 봉쇄됐고 이번 달에도 다시 문을 닫아야 하지만 정부가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당국을 향해 ‘지옥에 가라’ ‘쓸데없는 말만 지껄이고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등장했다. 이런 글은 대부분 광둥어로 작성됐다.

일반적으로 중국 소셜미디어에 당국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당국의 검열단에 의해 신속하게 삭제된다. 하지만 최근 광저우 등 남부지역 주민들이 올린 비판 글은 검열단이 신속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광둥어로 작성된 탓에 며칠간 그대로 노출됐다고 CNN은 전했다.

대부분의 중국인은 푸퉁화를 사용하지만 광둥성, 홍콩, 마카오 등에서는 수천만 명이 여전히 광둥어를 쓴다. 광둥어는 푸퉁화와 완전히 다른 언어에 가까워 타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광둥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CNN은 “푸퉁화로 쓰였다면 삭제됐을 법한 내용이 광둥어로 작성되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당국이 검열 프로그램을 통해 광둥어로 작성된 비판 글을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당국의 탄압을 피하면서 각종 정책을 비판하는 수단으로 광둥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자 당국은 일부 조치를 완화하며 불만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최근 중국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확진자 발생 지역 전체를 무차별 봉쇄하지는 않고 해당 확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1개 동만 봉쇄하는 식의 ‘정밀 방역’ 형태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국은 해외 입국자의 격리 기간도 기존 7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비행기 탑승 전 48시간 이내에 검사를 통한 음성 증명을 두 차례 하도록 한 것도 한 번으로 줄였다. 또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을 접촉한 ‘2차 밀접 접촉자’까지 찾아내 이들까지 모두 격리시키던 것도 중단하기로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