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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거래소 FTX 파산 ‘코인판 리먼사태’ 경보

입력 | 2022-11-14 03:00:00

[코인거래소 FTX 파산신청]
부채 66조원… 세계 코인시장 패닉




12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실내 농구경기장 ‘FTX 아레나’. 가상화폐 거래소 FTX는 3500만 달러(약 462억)원에 ‘마이애미 히트’ 농구팀 안방 경기장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 경기장 소유주인 마이애미 데이디 카운티는 FTX의 파산 신청 직후 경기장 이름에서 ‘FTX’ 를 빼겠다고 밝혔다. 마이애미=AP 뉴시스

거래량 기준 세계 3위였던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가 11일(현지 시간) 파산을 신청해 가상화폐 업계 전반의 유동성 위기를 부르는 ‘코인판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FTX는 미국 델라웨어주(州)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FTX는 트위터 성명에서 “전 세계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인 파산보호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는 자리에서 물러나며 “여기까지 이르게 된 것에 죄송하다”고 밝혔다. FTX의 부채 규모는 가상화폐 업계 역대 최대인 66조 원에 달한다.

FTX 붕괴는 불과 4일 만에 이뤄졌다. 7일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보유한 FTX 자체 코인(FTT)을 전량 매도한다고 선언한 뒤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벌어져 치명타를 맞았다. FTX를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해 온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최소 1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코인판 흔든 FTX, 고객돈 10조원 계열사 지원 의혹… 2조는 증발


세계3위 코인 거래소 FTX 파산신청

부채 66조원에 유동자산은 1조뿐
前 美재무장관 “사기의 냄새 난다”
1만여 국내 투자자도 피해 우려



FTX는 10개월 전인 올 1월만 해도 4억 달러(약 5276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320억 달러(약 42조 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일(현지 시간) 미국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제표를 입수해 “FTX가 자체 발행 가상화폐인 FTT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 받아 몸집을 키웠다”며 재무건전성 이슈를 제기했다. 닷새 뒤인 7일 세계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보유한 FTT를 모두 처분하겠다”고 선언하자 시장의 불안감은 폭발했다. 투자자들이 FTX에 넣어놨던 가상화폐를 앞다퉈 현금으로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다.
○ “고객자금 10조 원 이상 계열사에 불법 지원 의혹”
FTX가 법원에 제출한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부채 규모는 100억∼500억 달러(약 13조∼66조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산 신청 하루 전인 10일 기준으로 FTX의 유동 자산이 9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주일 전만 해도 신뢰받는 거래소였던 FTX가 빠르게 종말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FTX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존 J 레이 3세가 CEO를 맡아 파산 절차를 진행한다. 그는 2001년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이 회계 부정으로 파산했을 때 청산인으로 활동했다.

특히 WSJ는 FTX가 160억 달러(약 21조1000억 원)에 달하는 고객 펀드(자산)에서 절반 이상을 비밀리에 빼내 알라메다리서치에 지원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런 지원이 불법적이라고 했다. 알라메다리서치는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어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미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융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FTX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 사태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의 전광판.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WSJ와 로이터통신은 샘 뱅크먼프리드 FTX CEO가 이런 불법 지원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옮겨진 자금 중 알라메다에 남아 있지 않고 행방을 확인할 수 없는 금액이 10억∼20억 달러(약 1조3190억∼2조6380억 원)”라면서 “뱅크먼프리드는 감시를 피해 회계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백도어(뒷문)’를 두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금융 오류가 아니라 사기의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산 신청 직후 FTX가 보유 중이던 6억6200만 달러(약 8732억 원)어치의 가상화폐가 갑자기 사라졌다. 해킹 범죄 가능성이 제기된다. FTX의 파산 신청 소식이 알려진 11일 하루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만7500달러(약 2308만 원)에서 1만6500달러(약 2176만 원)까지 6% 가까이 떨어졌다.
○ 채권자 10만 명 넘어, 국내 투자자 피해 우려
FTX의 채권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FTX의 파산 신청으로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약 1억 달러(약 1319억 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산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도 지난해 4억2000만 달러(약 5540억 원) 규모의 FTX 펀딩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가상화폐는 파산법으로 보호되는 자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AP통신은 “최근 수년간 벌어진 파산 사건 중 가장 복잡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에서 FTX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1만140명이었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들이 FTX를 통해 국내 거래소에서 불가능한 가상자산 파생상품 등을 투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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