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임금소송 금지’ 각서 거부해 계약 종료된 택시기사…법원 “부당해고”

입력 | 2022-11-14 06:32:00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임금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회사의 각서 제안을 거부해 근로계약이 종료된 택시기사는 부당해고를 당한 것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7년부터 B택시회사에서 계약직 택시기사로 근무해오다 2020년 재계약을 논의하면서 합의각서 작성을 제안받았다.

각서에는 ‘최저임금과 관련하여 어떠한 민·형사상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 ‘이의를 제기하였을 경우 합의각서는 취하서로 사용할 수 있는데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앞서 B사는 서울시로부터 전액관리제(월급제) 지침을 준수하라는 요청을 받고 노동조합과 임금협상을 체결하는 등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A씨는 근로계약 일부 조건과 합의각서 요구가 부당하다며 재계약을 거부했다.

또 ‘3년치 미지급금을 지급한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넣어준다면 서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A씨는 B사가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하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차량을 반납했다.

이에 B사는 근로제공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배차실에 차량을 반납하는 등 A씨의 귀책사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됐다고 통보했다.

A씨는 B사의 계약 종료는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잇따라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근로계약 거부는 근로관계 자체가 아니라 변경된 조건 일부와 합의각서 작성이 부당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합의각서를 제출하지 않은 근로자에게 급여 재정산 의무를 부과해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작성을 강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조합원이 아닌 A씨에게 노동조합과 체결한 임금협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 데다 단체협약만으로 근로자의 임금에 대한 제한을 할 수 없다고도 봤다.

A씨가 차량을 스스로 반납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는 B사에 주장에 대해서도 “회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