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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언제쯤 ‘몰방의 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발리볼 비키니]

입력 | 2022-11-14 11:41:00


KGC인삼공사 엘리자벳.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시작은 엘리자벳(23·KGC인삼공사)이었습니다.

엘리자벳은 1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2~2023 V리그 여자부 안방 경기에서 팀 전체 공격 시도 158번 중 102번(64.6%)을 책임졌습니다.

그러면서 남녀부를 통틀어 이번 시즌 최고 공격 점유율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2015년 1월 10일 니콜(36·한국도로공사·65.4%) 이후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KGC인삼공사가 이렇게 외국인 선수 ‘몰방(沒放)’ 전략을 선택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V리그 여자부 역대 최고 공격 점유율 톱5 기록이 전부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차지니까요.

톱10 가운데도 니콜이 두 차례 이름을 올린 걸 제외하면 나머지 8번은 전부 KGC 인삼공사 외국인 선수입니다.

그러니 엘리자벳이 이번 시즌 공격 점유율을 기록을 갈아 치운다고 한다고 해도 놀라지 마세요.

삼성화재 이크바이리.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그런 점에서 13일 남자부 대전 경기에서 삼성화재 이크바이리(26)가 공격 점유율 62.7%를 기록한 건 귀여운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남자부 최고 기록인 건 맞지만 역대 기록으로 따지면 66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크바이리는 이날 최종 5세트 공격 점유율이 78.6%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러셀은 지난해 11월 2일과 16일 5세트 때 각각 공격 점유율 100%를 기록했습니다.


5세트 공격 점유율 톱10 가운데 6자리가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가 차지였습니다.

단, 삼성화재 출신 감독이 맡고 있는(던) 팀까지 범위를 넓히면 9자리로 늘어납니다.

2020년 KB손해보험 사령탑에만 이상열 전 감독이 앉아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KGC인삼공사 지휘봉 역시 삼성화재 출신인 고희진 감독이 잡고 있습니다.

대전 한밭운동장 전경. 오른쪽 아래가 충무체육관, 그 위가 한밭야구장. 대전 중구청 홈페이지


삼성화재와 KGC인삼공사가 안방으로 나눠 쓰는 대전 충무체육관 바로 뒤에는 한밭야구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프로야구 한화 역시 한때 투수 혹사의 대명사로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는 과학적인 사고를 추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일이 순전히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누군가 이 운동장 앞에서 ‘혹사 방지 고사’를 지낸다면 기꺼이 돼지 입에 배춧잎 한장 정도는 물려줄 생각이 있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