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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위기로 건설현장 100곳 중 13곳 중단 또는 지연

입력 | 2022-11-14 12:09:00

뉴시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부동산개발사업의 사업성을 담보로 금융을 일으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의 자금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월 말 현재 전국 건설공사 현장 100곳 가운데 13곳 정도가 중단됐거나 지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런 상황이 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실행하지 않거나 공사비 인상거부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업계의 자금난 우려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어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이런 내용의 보고서 ‘건설이슈포커스-부동산PF 위기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응방안’을 펴냈다. 보고서는 정부가 최근 부동산PF 부실화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시장 안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

● 건설현장 100곳 중 13곳은 중단됐거나 지연 상태

15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28일까지 전국 건설업체 1만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40개 업체의 233개 건설현장 가운데 31곳(13.3%)이 중단됐거나 지연 상태였다. 아예 사업이 멈춘 곳은 9곳이었고,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현장은 22개였다.

공사가 중단 또는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15개 업체가 복수응답을 했는데, PF 미실행(66.7%)과 시행사의 공사비 인상거부(60.0%)가 주된 요인이었다. 또 중단됐거나 지연된 현장의 조기(1~2개월 이내)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답업체 18곳 가운데 66%가 “낮다”고 대답했다.

응답업체들이 수주 받은 공사금액은 모두 8조 4934억 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공사가 진행됐는데도 받지 못한 공사대금도 8007억 원(9.4%)에 달했다. 또 자금 상태가 이전에 비해 최근 악화됐는지 여부에 대해 응답한 25개 업체 가운데 84%가 “그렇다”고 대답해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보여줬다.

● 부동산PF가 시공사를 볼모로 한 ‘담보대출’

건설사들은 또 PF 진행과정에서 책임준공이나 연대보증, 채무인수 등과 같은 여러 형태의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PF가 부동산개발사업의 사업성을 평가해 담보로 삼고 금융을 일으킨다는 원칙과 달리, 건설사의 신용보강을 기초로 하여 실행되는 일종의 ‘담보대출’에 가까운 형태였던 것이다.

우선 부동산개발사업 인허가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브릿지론’의 경우 건설사40개 업체가 운영하는 233개 사업장 가운데 28곳(12%)가 건설사의 신용보강을 받고 있었다.

건설공사가 시작되면서 일으키는 본 PF의 경우에는 233개 사업장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144곳(61.8%)에서 건설사의 신용보증을 담보로 했다. 본 PF에 대한 신용보강은 책임준공이 77.1%로 가장 많았고, 연대보증(57.1%) 채무인수(28.6%) 자금보증(25.7%)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부동산 PF를 일으킨 사업장이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응답한 35개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85.7%)과 함께 금리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82.9%) 분양수요 감소(77.1%), 금융기관 대출 축소(71.4%)의 순으로 대답했다.

● 규제완화부터 ‘건설사 긴급유동성 지원펀드’ 조성 등 필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건산연의 김정주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응답결과를 분석했을 때 부동산PF시장에서의 부실위험이 건설사의 부실위험으로 옮겨지고 있는 초기단계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의 부동산 PF 위기 원인을 이해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건설시장과 부동산PF시장, 부동산시장을 종합적으로 보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 4가지 해법을 주문했다. 우선 현재 위기가 부동산시장의 급속한 냉각으로 촉발된 측면이 있는 점을 감안해 누적된 과감한 부동산 규제 완화이다. 정부의 인위적 개입보다는 시장의 본래 기능에 의해 문제가 해소될 수 있도록 유도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본 PF 사업장과 시공사에 대한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장치 마련이다. 그는 이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이 공동출자하는 ‘(가칭)부동산PF 안정화 펀드’ 또는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건설 관련 민간금유익기관들이 출자한 ‘(가칭) 건설사 긴급 유동선 지원펀드’ 조성 등을 제안했다.

세 번째는 공적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조기 가동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일정기간에 적잖은 PF사업들이 부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이로 인한 충격이 금융시장과 국가경제 전반으로 옮겨지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브릿지론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 현장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토지은행사업’을 통해 토지를 매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본 PF 단계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LH, 지역개발공사, 건설공제조합 등이 사업을 인수해 정리하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마지막은 정부가 추진하는 270만 채 공급계획의 탄력적 운용이다.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는 상황에서 주택공급 계획을 실현하기 쉽지 않은 것은 물론, 공공주도의 대규모 주택공급은 부동신사장과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민간주도의 주택공급사업을 별도 사업으로 운영하기 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발생되고 있는 사업 중단 또는 미분양 물량을 정부가 공적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흡수한 뒤 정부가 예정한 사업목적에 맞춰 공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