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삼성SDI, GM·볼보와 합작 추진… ‘반도체 다음은 배터리’ 이재용 체제 뉴삼성 윤곽

입력 | 2022-11-14 13:19:00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투자
11월 GM과 조인트벤처 발표 유력
다음 달 볼보와 합작공장 설립 추진
각각 연산 50GWh·40억 달러 규모
“삼성SDI, 사업성과로 배터리 수익성 입증”
젠5 성능 개선 비밀병기 ‘젠5P(퍼포먼스)’ 투입




삼성SDI가 미국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2곳과 각각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총 80억 달러(약 10조6000억 원) 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후 추진하는 첫 대규모 투자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보수적이었던 삼성그룹 사업전략의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한국기업 배터리 수요 증가와 최근 우수한 실적으로 수익성을 입증한 삼성SDI의 사업성과가 변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체제 ‘뉴삼성’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반도체 후속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낙점한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 스웨덴 브랜드(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볼보 등과 각각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두 업체와 추진하는 조인트벤처(JV) 총 투자 규모는 약 80억 달러(약 10조6000억 원)다. 이 가운데 삼성SDI는 절반인 40억 달러를 맡게 될 전망이다.
○ GM과 차세대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젠6 양산 전 비밀병기 ‘젠5P(퍼포먼스)’ 투입
먼저 GM과 조인트벤처는 이달 중 공식 발표가 유력하다. 관련 준비가 상당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3~4주 동안 실무를 진행해 현재 서류작업이 막바지 단계라고 한다. 해당 합작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산 약 50GWh 규모다. 5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약 67만대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를 위해 삼성SDI와 GM이 각각 약 20억 달러(약 2조6500억 원)씩 총 40억 달러(약 5조3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GM이 먼저 삼성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번 조인트벤처를 통해 GM의 차세대 배터리 전략도 엿볼 수 있다. 그동안 GM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삼성SDI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취급하지 않는다.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다. GM의 배터리 폼팩터(제품 외형·형태) 전략 변화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합작공장에서 생산 예정인 배터리 종류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각형 배터리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GM 직원들이 파우치형 뿐 아니라 각형 배터리 생산 공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삼성SDI 역시 묵묵히 배터리 개발과 수주 관련 노력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국내 업계 최초로 자체 배터리 브랜드인 ‘프라이맥스(PRiMX)’를 론칭하고 차별화된 영업과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현행 젠5(Gen.5, 각형) 후속제품인 젠6를 공개했다. 오는 2024년부터 양산 예정이라고 한다. 젠6는 양극재를 구성하는 니켈(배터리 성능 좌우) 함량을 91%(젠5 88%)까지 끌어올리고 희귀금속으로 원가가 높은 코발트 함량을 10% 이하로 낮춰 생산원가를 줄이면서 에너지밀도를 10%가량 높인 제품이다.

여기에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제품으로 ‘젠5P’도 있다. 이름에 더해진 P는 ‘퍼포먼스’를 의미한다. 기존 젠5를 기반으로 공정을 개선해 성능을 향상시킨 제품이다. 신형 제품(젠6) 양산 전 현행 제품(젠5)과의 간극을 메우는 젠5 개량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원통형은 현행 2170(지름 21mm·길이 79mm)을 잇는 신규 폼팩터 4680 시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2170 대비 배터리 모듈 크기를 30%가량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셀을 늘려 주행가능거리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각형과 원통형 모두 배터리 셀은 물론 모듈과 배터리팩까지 고객사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하노버모터쇼에서 해당 모델 시제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스에 마련된 프라이빗 공간에서 고객사에게만 ‘젠X 퍼포먼스’ 제품 라인업을 공개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젠5P는 기존 제품 성능을 개선한 제품으로 젠5와 젠6 사이를 메우는 모델”이라며 “배터리 셀부터 모듈과 팩까지 고객사 요구를 반영해 맞춤 제품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中 모기업 ‘볼보’, 미국 사업 파트너 삼성SDI 낙점
볼보와 조인트벤처는 다음 달 발표를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한다. 조인트벤처 규모는 GM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산 50GWh급 케파에 각각 약 20억 달러씩 총 4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볼보는 오는 2030년 완전한 전기차 브랜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매년 신형 전기차 1종을 공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볼보는 중국 지리자동차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지만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 전환을 꾀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 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완성차 업체가 미국 비즈니스를 위한 파트너로 삼성SDI를 낙점한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는 새로운 플래그십 전기차 모델인 ‘EX90’을 최근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선보였다. EX90에는 각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EX90 글로벌 판매 모델 배터리는 중국 CATL이 공급한다. 고가 플래그십 모델이기 때문에 미국 IRA에 따른 보조금 규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선보일 대중적인 전기차 모델의 경우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조금 혜택을 고려할 수 있다. 전기차 공략 강화를 위한 전략 차원에서도 미국 현지 공급망 구축이 사업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볼보는 향후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EX90에 적용된 각형이나 향후 사용 가능성이 있는 원통형 모두 삼성SDI가 취급하는 제품이다. 때문에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볼보의 최적 배터리 파트너로 꼽힌다.

볼보 EX90

○ 이재용 체제 뉴삼성 ‘반도체 다음은 배터리’… 투자 확대 추진
삼성SDI는 스텔란티스(23GWh)에 이어 GM과 볼보까지 굵직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3곳을 단숨에 파트너로 맞이하게 됐다. 이재용 회장 취임 후 그룹 내 존재감이 커지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 IRA 발표 이후 삼성SDI를 비롯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 몸값이 폭등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부품 공급망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가운데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 배터리 셀 업체를 중심으로 ‘셀러스마켓(판매자 시장,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판매자가 우위에 서게 된 시장 환경)’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경우 각각 GM과 포드를 중심으로 이미 다양한 완성차 업체와 미국 내 합장공장 건설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자체 배터리 생산 공장 조성도 병행하고 있다.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현 시점에 다른 완성차 업체와 파트너십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인력과 자금 등 관점에서 현재 추가 투자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으로 IRA 기준에 맞춘 공급망 완성도 개선과 탄소 저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면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견지해온 삼성SDI에게는 여력이 남아있어 추가적인 파트너십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SDI는 3분기 실적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수익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3680억 원, 영업이익 5659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56.1%, 51.5%씩 성장한 실적이다. 배터리 영업이익률은 10%로 집계되면서 높은 수익성까지 증명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친환경 정책과 견조한 전기차 수요가 삼성SDI 뿐 아니라 국내 배터리 업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