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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의장국 인니, 공동성명에 러 비판 수위 낮추려 서방 설득 중”

입력 | 2022-11-14 16:13: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열리는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공동성명도 없이 끝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의장국인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에 대러 비판 수위를 낮춰달라고 설득 중이라고 13일(현지시간)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고위 정치인들은 자국에서 개최하는 이번 G20 정상회의가 그 어떤 공동선언도 없이 파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각국에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유럽, 호주, 캐나다, 일본 당국자들은 이미 러시아를 향해 ‘유연성’을 발휘, 회의 말미에 담을 코뮈니케에 덜 강경한 언사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는 조코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로선 이번 G20 이후 ‘발리 공동선언’이나 문서화된 공동성명이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관계자는 “조코위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어떤 선언에 이르는 것을 ‘개인적인 성공’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장 어려운’ G20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고 거듭 탄식했다”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앞서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등은 주요 8개국(G8)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불법 점령한 데 반발, 러시아를 빼버리고 G7으로 운영한 전례가 있다.

조코위 대통령으로선 인도네시아가 의장국인 올해 러시아가 배제돼 G20이 G19로 전락하는 사례를 피하고 싶다는 게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특히 이번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각각 만나 평화회담 주선 의지도 시사했던 터다. 그 성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G20에 초청국 자격으로 화상 참석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아예 불참을 선언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다.

다만 G8의 경우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이 서방 동맹에 묶이는 반면, 신흥국도 참여하는 G20에는 러시아 편을 들어줄 중국과 사우디아라비가 있다는 건 중요한 차이점이다. 인도와 브라질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방관자’로 묘사된다.

한 서방 외교관은 매체에 “G20은 러시아와 중국, 사우디가 동의해야 하는 구조라 G7 때처럼 강경하게 나갈 수 없다”며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강경한 수사를) 지워내야 하는지”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조코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이후 으레 남겨지는 ‘연대를 표하는 단체사진’이 이번에 제대로 남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덧붙였다.

이처럼 조코위 대통령의 의중을 관철시키기 위한 인도네시아 외교관들의 ‘로비’ 행위 상당 부분은 전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바이든 대통령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 의장,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도 있었다.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리커창 중국 총리도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프놈펜에 있었다.

이와 관련,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프놈펜에서 기자들에게 “G20 최종 선언문 문구를 놓고 여전히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러시아 정부 대표단으로 참석 중인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에 더해, 미국의 동맹인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협력해 아시아를 군사화하려는 뚜렷한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2014년부터 한차례 연임(2019)을 통해 9년째 집권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군 경력 없는 최초의 민간인 출신 대통령이자 최초의 직선제 정권 교체 주역이란 타이틀로 존경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30년 군부독재’의 상흔으로 헌법상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있어 조코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엔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코위 대통령이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을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출마, 권력 유지를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