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에 진심인 사회로]〈17〉뉴욕 어린이보호구역 안전대책 스쿨존서 최대 시속 32km 제한… 카메라 설치 후 위반 89% 줄어 노 스탠딩-세이프 존도 운영… “스쿨존서만큼은 아이들 안전”
지난달 20일 오후 4시(현지 시간)경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공립초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수업을 마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욕시 스쿨존에 개인 차량을 주차하려면 ‘세이프 존’ 구간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학부모 대부분은 도보 또는 스쿨버스를 이용해 아이들을 등하교 시킨다. 뉴욕=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지난달 18일 오전 미국 뉴욕시 퀸스의 한 공립초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시속 15마일(약 24km) 속도제한’이라고 적힌 표지판 옆으로 차량 수십 대가 거북이처럼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학교 앞에 이르자 자동차뿐 아니라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 운전자까지 속도를 최대한 낮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학교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만큼 스쿨존에서 운전할 땐 제한속도보다 속도를 더 줄여 아주 천천히 운행한다”고 했다.
과속방지턱이 설치된 뉴욕시 스쿨존에선 시속 약 24km의 속도제한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과속방지턱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선 제한속도 시속 20마일(약 32km)이 적용된다. 차량이 제한속도를 초과해 적발되면 운전자는 50달러(약 6만6000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 스쿨존 단속 24시간으로 확대한 뉴욕
뉴욕시는 단속카메라의 교통사고 예방 효과가 막강하다고 보고 있다. 뉴욕시에 따르면 그랜드 콩코스 거리의 경우 단속카메라가 처음 설치된 달(642건)보다 2020년 12월 단속 건수(69건)가 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언 턴파이크 거리도 마찬가지로 설치 첫 달(1153건) 대비 2020년 12월 단속 건수가 122건으로 89% 줄었다.
이와 관련해 뉴욕시 조시 벤슨 교통국장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카메라가 운영 중인 스쿨존에선 부상을 동반한 교통사고가 14%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카메라 운영 확대 이후 두 달 동안 적발 건수가 다소 증가했지만 지금은 줄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단속카메라가 운전 습관을 점검하고 차량의 속도 감소를 유도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 시내 퀸스 지역의 한 공립초교 근처에 사는 앨린 더스 씨(37)는 “운전할 때마다 항상 신경을 써야 해서 피곤한 부분도 있지만 학부모이자 시민으로서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주말에 사고가 나는 것을 자주 목격했는데, 최근에는 못 봤다”고 했다.
○ 노 스탠딩-세이프 존 구간으로 안전 확보
뉴욕시는 학교 운영 시간 중엔 스쿨버스 등 허가 차량 외에 스쿨존 주차를 금지하는 ‘노 스탠딩(No Standing)’ 구간도 운영 중이다. 등하교 시간대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거나 데리러오는 부모들은 별도로 만들어진 ‘세이프 존 구간(Safe zone for drop-off)’에 주차해야 한다.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 주차할 경우 65달러(약 8만6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실제로 동아일보 기자가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등하교 시간대 뉴욕시 곳곳의 스쿨존을 점검한 결과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벤슨 국장은 “4km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아이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지만, 그보다 가까운 곳에 살면 부모가 아이들을 걸어서 데려다주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가 아이들을 차로 내려주는 경우 아이들은 ‘세이프 존’에서 안전을 철저히 보장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세라 코프먼 뉴욕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뉴욕시가 세이프 존 제도를 스쿨존에서 운영하면서 등굣길 아이들이 (차량 운전자의) 시야에서 벗어나 사고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됐다”며 “특히 많은 가족들이 도보 등교를 하면서 배기가스 배출이 눈에 띄게 줄었고, 기후 및 환경위기 대응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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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