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전쟁범죄 400여건 확인” “영토 못지키면 ‘비의 왕’ 운명될 것” ‘푸틴 브레인’ 두긴, 왕 살해 설화 언급
기둥에 묶인 러軍 협력 ‘배신자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남부 요충지 헤르손 도심에서 13일 러시아군의 점령 당시 러시아에 협력했던 우크라이나인 2명이 각각 나무 기둥에 묶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시민들이 이들을 비판하기 위해 기둥 주변에 몰려들고 있다. 헤르손=AP 뉴시스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요충지인 남부 헤르손을 8개월 만에 러시아군으로부터 되찾았지만 난방, 수도, 전기, 통신 등 도시의 주요 기반 시설이 모두 파괴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CNN 등이 13일 전했다. 재건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겨울철을 앞둔 헤르손 주민이 생존 위협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로슬라우 야누셰비치 헤르손 주지사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철수 당시 1km가 넘는 전선을 폭파했다. 기지국의 부품들을 빼앗아 달아나 현재 전기와 통신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 일대의 발전 체계에 필수적인 카호우카 댐의 상황도 좋지 않다. 포격 피해로 수문 3곳에서 물이 새어 나와 수도 및 난방을 공급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로만 골로우냐 헤르손 시장 고문은 “사실상 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품과 식량 공급이 부족하며 전기도 없다”고 했다.
러시아군이 남기고 간 폭발물도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 일대에서 현재까지 지뢰 및 부비트랩 등을 포함해 총 2000개의 폭발물을 제거했다. 그 과정에서 사상자 5명이 발생했다. 헤르손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조차 요충지를 뺏긴 러시아군과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한때 ‘푸틴의 철학자’로 불렸던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은 13일 “절대 권력자의 임무는 자신의 통제하에 있는 사람과 영토를 지키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비의 왕’ 같은 운명이 기다릴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비의 왕’은 계속되는 가뭄으로 국민 고통이 심해질 때 비를 맞이하지 못한 왕이 살해당했다는 고대 설화에서 기인한 개념이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