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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경제고통’ 가장 심각… 체감 물가-실업률 전연령층서 최고

입력 | 2022-11-15 03:00:00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 보니




서울에서 원룸 전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 박모 씨(27·여)는 월급의 30∼40%를 교통비와 식비 등으로 써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 식비 등이 오르면서 지출액이 월급의 절반으로 늘어났다. 매달 갚고 있는 학자금과 전세 대출을 빼고 나면 소액이나마 저축할 돈도 잘 남지 않는다. 전세 대출은 다행히 고정금리이지만 만기 후 새로 대출받을 일을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밥 한 끼 사먹는 데도 예민해지기 일쑤다. 박 씨는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돈 버는 재미를 느끼게 될 줄 알았다”며 “그런데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수입이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10·20대 청년들이 체감하는 생활고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의 부채 비율도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 상반기(1∼6월) 기준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10·20대 청년(15∼29세)들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25.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체감실업률과 체감물가상승률을 합한 수치로, 지수가 높을수록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의미다.

올해는 급격한 물가상승이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체감물가상승률은 10·20대가 5.2%, 30대 4.9%, 40대와 50대 4.6%, 60대 4.8%를 기록했다. 청년들이 주로 소비하는 ‘음식·숙박’(21.6%), ‘교통’(12.0%), ‘식료품’(8.5%) 등의 품목에서 가격 상승 폭이 유독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경련은 “올해 청년들이 소비를 많이 하는 부문에 물가 상승이 집중되면서 취업 준비 중이거나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이 생활비 상승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얼어붙은 취업시장도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더했다. 올 상반기 기준 청년 체감실업률은 19.9%로 60대(11.3%), 30대(9.5%), 50대(8.7%), 40대(7.9%) 등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체감실업률은 공식 실업자 수에 ‘근로 시간이 주당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로 취업을 원하는 근로자’를 더해 산출한다.

하반기(7∼12월)에도 20대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000명 증가한 23만1000명이었다. 같은 달 전체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만5000명 줄어들었다.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실업자가 줄어들었는데 20대만 늘어난 것이다.

취업난과 생활고가 겹치며 구직 혹은 취업 중인 상황에서 배달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모 씨(26)는 지난해 4년제 지방 사립대를 졸업했지만 지원한 회사에서 모두 탈락했다. 지 씨는 “부모님 댁에 살며 동네 카페, 편의점 등에서 1년째 시간제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다”며 “학과 동기들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고 언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채는 청년들을 짓누르는 또 하나의 짐이다. 지난 4년간(2017∼2021년) 청년층(29세 이하 가구주) 부채 증가율은 48.3%로 전체 부채 증가율(24.0%)의 2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청년층 원리금 상환액 증가율은 34.9%로 전체 원리금 상환액 증가율(23.5%)의 1.5배 수준이었다. 지난해 기준 자산 대비 부채 비율도 청년층은 29.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규제 혁파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고용유연성 확보 등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고용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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