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 보니
서울에서 원룸 전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 박모 씨(27·여)는 월급의 30∼40%를 교통비와 식비 등으로 써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 식비 등이 오르면서 지출액이 월급의 절반으로 늘어났다. 매달 갚고 있는 학자금과 전세 대출을 빼고 나면 소액이나마 저축할 돈도 잘 남지 않는다. 전세 대출은 다행히 고정금리이지만 만기 후 새로 대출받을 일을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밥 한 끼 사먹는 데도 예민해지기 일쑤다. 박 씨는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돈 버는 재미를 느끼게 될 줄 알았다”며 “그런데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수입이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10·20대 청년들이 체감하는 생활고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의 부채 비율도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얼어붙은 취업시장도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더했다. 올 상반기 기준 청년 체감실업률은 19.9%로 60대(11.3%), 30대(9.5%), 50대(8.7%), 40대(7.9%) 등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체감실업률은 공식 실업자 수에 ‘근로 시간이 주당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로 취업을 원하는 근로자’를 더해 산출한다.
하반기(7∼12월)에도 20대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000명 증가한 23만1000명이었다. 같은 달 전체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만5000명 줄어들었다.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실업자가 줄어들었는데 20대만 늘어난 것이다.
취업난과 생활고가 겹치며 구직 혹은 취업 중인 상황에서 배달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모 씨(26)는 지난해 4년제 지방 사립대를 졸업했지만 지원한 회사에서 모두 탈락했다. 지 씨는 “부모님 댁에 살며 동네 카페, 편의점 등에서 1년째 시간제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다”며 “학과 동기들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고 언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