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떠오르는 스타 킬리안 음바페를 앞세워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었던 프랑스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벗어날지 주목된다. 생드니=AP 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월드컵에서 가장 혹독한 징크스는 무엇일까.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21일)이 1주일도 남지 않았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렸던 1회 대회부터 92년이 지나 이번에 열리는 제22회 대회 직전까지 월드컵에서는 많은 징크스가 생겨났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1회부터 21회 대회(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한 번도 깨지지 않은 ‘외국인 감독으로는 우승 못 한다’는 얘기가 있다. 지금까지는 모두 자국 출신 감독이 이끄는 팀이 우승했다. 또 가장 널리 알려진 것 중에는 축구 황제 펠레의 예측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는 ‘펠레의 저주’가 있다.
이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승을 차지했던 프랑스는 다음 대회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세네갈에 0-1, 덴마크에 0-2로 패하고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기는 등 1승은 고사하고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무 2패를 기록하며 A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이어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이탈리아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역시 1승도 하지 못하고 2무 1패를 기록하며 F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스페인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B조 4개 팀 중 3위로 밀리며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독일 역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에 0-2로 지는 등 1승 2패로 F조 최하위로 떨어지며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1998년부터 2018년까지 6번의 월드컵이 치러지는 동안 5번을 유럽 국가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남미 국가 브라질이 우승했던 2002 한일 월드컵만 예외다. 브라질은 다음 대회에서도 8강에 올랐다.
‘유럽 챔피언들의 저주’란 유럽 축구의 강세 속에서 나온 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유럽 프로축구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럽 축구의 전성기가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에서도 유럽 팀들이 자주 우승했기에 이 유럽 우승 팀들을 둘러싼 현상도 자주 발생하게 되었고, 이를 표현하는 말들이 생겨났다. ‘챔피언들의 저주’에 유럽이라는 지역명이 붙게 된 이유다.
하지만 전 대회 우승팀이 다음 대회에서는 조별 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자꾸 일어나는 것은 왜일까.
이럴 때 팀의 정교한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승의 그림자 속에서 대대적인 혁신보다는 여전히 기존 전력을 주축으로 남기고 일부만 조정하는 부분 보완에 그치기 쉽다. 또 어설프게 개혁했다가는 기존 장점마저 잃게 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전 대회 우승팀들은 대개 제대로 된 혁신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럴 때 우승을 놓친 다른 팀들은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다. 여기에 각 팀은 조별 리그에서부터 전 대회 우승팀을 극도로 견제한다. 전 대회 우승팀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면 최소한 패하지 않거나 점수 차를 줄이기 위해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한다. 또한 전반적으로 세계 축구의 격차가 예전보다는 많이 좁혀진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자칫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안일하게 대처하면 곧바로 승패가 뒤집힌다.
결국 전 대회 우승팀은 다른 팀보다 훨씬 더 긴장하고 예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승자의 저주’는 우승 후 이 같은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는 망각 혹은 방심 등에 빠지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무리 강자라도 계속되는 정밀한 혁신이 없으면 한순간에 몰락한다는 냉정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