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이 시기에 슬픔, 충격, 분노, 불안, 죄책감 등 복합적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 피로, 식욕부진, 불면, 통증 같은 신체 증상도 뒤따를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구체적인 영상을 본 사람들도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접한 어린이나 청소년은 분리불안, 집중력 부족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큰 사건에서는 어느 누구도 ‘자연스럽게’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몇 가지 도움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아동과 청소년은 더 세심히 돌봐야 한다. 우선 아이가 사고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을 파악한 뒤 생각과 감정을 경청한다. 사고에 대해 질문을 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큰 사고가 났어. 많은 사람이 다치고 돌아가셨어”처럼 발달 단계에 맞게 설명해 준다. 어떠한 질문도 괜찮다고 격려하되 구체적인 사고 장면은 묘사하지 않는 게 좋다. 아이가 사고가 또 일어날까 봐 불안해하면 “안전을 위해 어른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어. 엄마 아빠도 너를 잘 지켜 줄게”라고 안심시킨다. 또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불안 요소가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
가까운 이를 잃고 애도하는 시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 이 시기에는 지인들이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정서적으로 큰 위안이 된다.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아픔도 비슷하다. 가까운 이들의 지지가 마음을 지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랑하는 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서로가 겪는 감정을 나누자. 그리고 세상을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도록 노력하자. 살아남은 사람들이 꼭 해야 할 의무일 것이다.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11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6만5000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육아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