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 따라 세상은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충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미 CNN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정상회담의 성과는 두 가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핵무기 사용 반대와 미중 간 기후변화방지 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이다.
이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을 억제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시대에 양국 정상 간 소통의 중요성이 커졌다. 예컨대 남중국해에서 양국 해군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두 정상 간 신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두 정상은 서로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이며 “시진핑 사상”이 공식 독트린이 됨으로써 그가 곧 중국이 된 현 시점에서 그와 소통이 중요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정상 간 소통이 부재한 점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과 러시아가 위험한 충돌을 벌이게 된 한 가지 이유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레온 파네타는 “이번 회담으로 외교가 복원돼 주요 이슈들을 대화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 중요하다”며 신중한 낙관론을 폈다.
정상들의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국가 간 접촉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분위기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긴 아직 이르다. 3연임을 확정해 시 주석이 미국을 상대로 강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이 서로를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게 된 과정에는 양국의 국익이 자리하고 있다.
두 정상이 충돌을 피하기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시아를 장악하고 나아가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현재의 위상을 지키려는 미국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양립하기 힘들다.
중국 외교부는 “누구도 다른 나라를 변화시켜 굴복시키려 해선 안 된다. 미국은 말과 달리 행동하지 말고 구체적 행동으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회담에 앞서 “지도자는 나라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지를 알아야하며 다른 나라들과 잘 지낼 수 있어야한다”고 말한 것은 중국의 강국으로서 책임을 인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다는 과거 미국이 중국 지도자들에게 한 말을 되돌려준 격이다.
바이든은 회담 뒤 시 주석이 “달라지지 않았으며 예전처럼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서로 의견이 다른 대목이나 상대의 입장이 불분명한 대목에서 강하게 발언했다”고 했다. 대만, 무역, 인권 등에 관해 비공개회담에서 격론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양국이 지구가 직면한 과제를 풀어나가는 공동 노력에 합의한 대목도 물론 있다. 기후변화 논의 등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밖에도 거시 경제 안정, 부채 탕감, 보건 위기, 식량문제 등도 논의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를 크게 존중하지 않는다고 시사했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다르다고 강조하는 외교적 책략이다. 결국 1970년대 냉전을 깨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간격을 넓힌 미국의 외교정책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당시와는 중국과 러시아의 위상이 뒤바뀐 점만이 달려졌을 뿐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