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국 경쟁당국이 중간 발표를 통해 독과점을 이유로 심사유예를 결정했다. 영국은 오는 21일까지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 다시 살펴본 뒤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이후에도 불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28일부터 2차 조사에 들어간다. 2차 조사를 결정하면 합병 승인이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미국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시장경쟁청(CMA·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은 지난 14일 오후(한국시간)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CMA에 따르면 한국에 입국한 영국인은 2019년 14만명에서 올해 4만4000명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최근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여객 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양사 합병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여객 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에서도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영국과 한국 간 직항화물 서비스 주요 공급자다.
CMA는 합병 이후 양국간 화물 운송에 있어 영국 기업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대체 항공사 이용 여부도 합병 승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영국 경쟁당국이 최종적으로 합병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아니다. CMA는 대한항공에 이달 21일까지 독과점 우려 해소 방안이 담긴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 해당 자료를 토대로 이달 28일까지 양사의 합병을 승인하거나 심층적인 2차 조사에 들어갈 지 결정할 예정이다.
항공업계는 영국의 심사유예 결정이 자칫 불허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올해 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LNG운반선 독과점을 이유로 불허한 전례가 있는 만큼 또 한 번 합병 불발이라는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CMA의 발표는 기업결합 심사의 중간 결과 발표로 최종 결정은 아니다”라며 “CMA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심사 또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영국 경쟁당국과 세부적인 시정조치 관련 협의를 진행 중으로, 빠른 시일 내에 시정조치를 확정해 제출할 예정”이라며 “심사를 조속히 종결할 수 있도록 향후 심사 과정에도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주요 14개국 승인을 얻어야만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양사 합병은 9개국 승인을 받은 상태다. 임의 신고국가인 영국과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5개국에서는 여전히 심사가 진행 중이다. 어느 한 국가의 경쟁당국이라도 불허 결정을 내리면 인수·합병(M&A)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