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지방세수의 주요 수입원인 부동산취득세 가운데 ‘고급주택’에 대한 중과세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격 기준이 9억 원에 불과해 지나치게 낮은데다 면적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고가 아파트 등이 상당수 빠져나가거나 면적기준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격 기준을 양도소득세 등 국세의 고가주택 기준인 12억 원 이상으로 높이는 대신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면적기준은 점진적으로 폐지하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치성 재산 소비억제 위해 도입한 ‘고급주택세’
고급주택 중과세 제도는 1975년 1월 도입됐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고급주택 수요를 억제(‘국토의 균형발전’)하고 ▲투기성 주택 수요를 최소화(‘주택경기 안정’)하는 한편 ▲부의 사회 환원을 통한 갈등 해소(‘사치성재산 소비 차단’)라는 목표를 위해서였다.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대상은 금액과 면적, 두 가지를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시가표준액 9억 원 이상이면서 단독주택은 건축물 연면적이 331㎡ 초과하거나 대지면적이 662㎡ 초과인 경우이다. 공동주택은 연면적이 245㎡ 초과일 때 부과대상이다.
금액 기준은 당초 ‘건축물 가액’으로 불리며, 1975년 도입 당시 1000만 원이었다가 이후 4차례 인상되면서 9000만 원까지 높아졌지만 2021년 폐지됐다. 대신 2008년부터 주택가격공시제도 도입과 함께 고급주택 기준으로 ‘시가표준액’이 추가되면서 6억 원으로 출발해 지난해 9억 원으로 높여진 상태다.
현실 반영 못하는 고급주택 중과세 기준
지방세연구원은 현행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세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만 낳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가격기준이 2006년 6억 원에서 2021년에 9억 원으로 50% 상향됐지만, 같은 기간 주택 평균 가격 상승률을 감안하면 크게 미흡하다. 이 기간 아파트의 경우 전국 평균이 82.6% 올랐고, 고급주택 중과세 대상이 몰려 있는 수도권은 97.6% 상승한 것이다.
면적 기준까지 반영해 과세대상에 가까운 대형아파트(전용면적 135㎡ 초과 기준)만 보면 서울의 경우 평균 144.3%가 올랐다.
면적기준(공동주택 기준)도 수요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종 꼼수만 불러일으키는 이른바 ‘문턱효과’만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5㎡보다 소수점 이하 정도의 차이로 적게 만들어 가격은 훨씬 비싸지만 취득세는 훨씬 덜 내게 만드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기준 실거래 아파트값의 차이는 245㎡ 이상(42억5030만 원)과 240㎡ 이상~245㎡ 미만(36억5875만 원)이 16.2%에 불과했다. 반면 세액은 245㎡ 이상(4억6753만 원)과 240㎡ 이상~245㎡ 미만(1억976만 원)의 차이가 325.9%나 됐다. 무려 20배 이상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이로 인해 고급주상복합아파트나 고급빌라 등에서는 고급주택을 살짝 피한 244㎡ 크기가 주를 이룬다. 심지어 부산 해운대의 한 고급주상복합아파트는 전용면적이 244.997㎡다. 고급주택보다 0.003㎡ 작은 것으로, 어린이 손바닥만한 크기 차이다.
국세인 양도세에 비해 헐렁한 과세 그물망
이런 문제점은 양도소득세와 비교할 때 두드러진다. 양도세는 지방세인 고가주택 취득세 중과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투기 억제를 통한 실수요자 보호를 목적으로 1975년 도입됐다.
다만 양도세는 가격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과거 양도세에도 면적 기준이 있었지만 가격이 높은데도 면적이 작아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과세불형평성’)와 양도세제의 정책효과 제고 등을 위해 2003년 폐지됐다. 또 명칭도 고급주택 대신 ‘고가주택’으로 변경했다.
이후 양도세 가격 기준은 2008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된 뒤 2022년 다시 12 원으로 높여졌다. 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을 고려한 조치다. 결과적으로 양도세 기준이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기준보다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2020년 기준으로 보면 양도세 건수가 취득세 중과건수보다 월등히 많고, 거둬들인 세수도 많았다. 서울만 보면 양도세 3261건에 1조2306억 원이지만, 취득세 중과세는 50건에 161억 원에 그쳤다. 취득세 중과세에선 면적기준에 미달하면서 제외되는 주택이 많은 탓이다.
“과세 대상 가격기준 현실화하고, 면적 기준 폐지해야”
이처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기준은 조세저항을 불러오고, 문턱효과를 통한 자원배분의 왜곡, 조세회피 유인 등을 발생시킨다. 또 이를 막기 위한 행정비용의 증가와 같은 부작용도 가져온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개선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지방세연구원은 이와 관련 4가지 보완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가격기준의 상향 조정이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대상을 현행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일 계획인 만큼 여기에 맞추라는 것이다. 양도세의 고가주택 기준이 12억 원이라는 점도 반영한 수치다. 국세와 지방세라는 차이가 있지만 세제 전반의 통일성 확보를 위해서도 통일할 필요가 있다.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세율(8%)도 과도한 세부담 증가 논란 등을 불러오는 주 원인이다. 따라서 중과세율을 낮추고, 단순누진세율보다 점진적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면적기준은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면적으로 기준으로 중과세하는 일은 없을뿐더러 고가주택이 과세대상에서 탈락하는 누수현상을 일으키고, 이에 따른 사회구성원간 위화감만 조성하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고급주택 수요를 억제(‘국토의 균형발전’)한다는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제도의 도입 취지를 감안해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한 세제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