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0.07.10. 서울시 제공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15일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권고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시청 비서실 직원 A 씨가 2020년 7월 박 전 시장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고소했고 이틀 뒤 박 전 시장은 서울 성북구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거쳐 지난해 1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고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등에 개선책 마련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A 씨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등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A 씨의 주장을 사실로 봤다. 이에 강 씨 측은 인권위 결정에 불복해 지난해 4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가 지난해 7월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박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재판부는 강 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이 A 씨에게 한 행위에 대해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이르러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로서는 거부 의사나 불쾌감을 표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박 전 시장에게 “존경한다”라고 말하고 사진을 함께 찍는 등 행동을 한 데 대해서도 “피해자의 대응방식은 오히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으로 보인다”면서 “성희롱 인정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강 씨 측 주장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즉시 어두워지고 무기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성희롱 피해자라면 ‘이러한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는 자의적인 생각에 기초한 것”이라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성희롱 피해자 양상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한 것이 심판 범위를 벗어났다는 강 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결정은) 인권위의 권한 범위 내 행위로서 권고 결정 내용 등에 비춰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