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농업 기피와 심각한 인력 부족, 코로나19 팬데믹 등 악재로 신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많다. 이 가운데 농식품 분야에 신기술을 도입, 참신한 아이디어로 판로를 개척한 주역들이 조명받는다. 농가의 어려움을 타파할 선도 사례를 제시한 이 기업들은 ‘A-벤처스’로 불린다.
2022 A-벤처스 시상식 현장. 출처=IT동아
A-벤처스는 ‘Agri(농식품)’와 ‘벤처스’를 합친 단어로, 농식품 분야에서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벤처·창업 기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2019년 5월부터 매달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발굴한 농식품 벤처·창업 기업을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달의 A-벤처스로 선정한다. 올해도 1월부터 12월까지 총 12개 2022 A-벤처스 기업들이 탄생했다. 심사를 담당한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관계자와 A-벤처스 기업들이 2022년 11월 15일(화) 세종특별자치시 베스트웨스턴 플러스 호텔세종에 모였다. 각 기업을 소개하고 네트워킹을 형성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2022 A-벤처스 시상식 현장. 출처=IT동아
서준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산업정책과장은 “현장에서 농민들을 만나면, 경제적인 지원과 더불어 판로 개척을 가장 많이 요구한다”며 “농식품 분야 벤처·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농가에서도 다 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벤처스 사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축사를 하는 서준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산업정책과장. 출처=IT동아
이어 “벤처·창업 기업이 한층 성장하기 위해선 현재 가진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전했다.
과감한 도전과 혁신 기술로 무장한 2022 A-벤처스 12개 기업
올해 12개 A-벤처스 기업들 면면을 살펴보니 과감한 도전 정신을 발휘하면서도, 혁신 기술을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기업을 소개하는 곽호재 에이오팜 대표. 출처=IT동아
스마트에코팜(대표 김일노. 강원 춘천시 소재, 2022년 1월 A-벤처스)은 음식물 쓰레기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을 주 먹이원으로 삼는 동애등에 곤충을 활용,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사업화한 기업이다. 동애등에를 첨가한 고단백 동물 사료와 물고기 사료, 천연 오일 등을 개발했다. 음식물 쓰레기 불법 투기 및 매립이라는 사회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기술로 평가받는다.
지플러스생명과학(대표 최성화, 서울 관악구 소재. 2022년 3월 A-벤처스)은 유전자 가위 응용 기술을 활용한 신약과 식물 기반 단백질 치료제 등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한 기업이다. 비유전자조작 농작물(Non-GMO) 품종 육종도 선보였다. 이 기업은 서울대학교, 충북대학교, 전북대학교, 가천의대길병원 등 산학연 R&D 네트워크를 형성, 차기 신약 개발과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이오팜(대표 곽호재, 경기 성남시 소재. 2022년 4월 A-벤처스)은 딥러닝 기반의 농산물 품질 판단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이다. 이 기업은 연 1조개 이상 생산되는 국내 농산물의 품질을 사람의 육안으로 선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했다. 초당 550장의 이미지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으로 1시간에 3만3,000개의 농산물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 기업은 축산물 품질 검증 등으로 서비스 영역 확대를 추진 중이다.
도시농사꾼(대표 전정욱. 부산 연제구 소재. 2022년 5월 A-벤처스)은 국제표준(ISO) 냉동 컨테이너를 개조해 농산물 생산시설인 ‘큐브팜’을 제작한 기업이다. 이곳에서 저온성 표고버섯 은화고와 엽채류 등을 연중 생산해 유통한다. 큐브팜을 활용하면 기존 비닐하우스나 조립 판넬이 아닌 밀폐 방식의 냉동 컨테이너에서 작물을 생산하므로, 깨끗하고 균일한 품질의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도시농사꾼은 부산경상대학교와 협업해 융복합 6차 도시스마트팜단지를 운영 중이다.
굿파머스그룹(대표 박홍희. 경북 상주시 소재. 2022년 6월 A-벤처스)은 스마트팜 기술을 딸기 재배에 적용, 연간 생산량을 기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린 기업이다. 8,400평에 달하는 대규모 딸기 육묘장과 재배온실을 만들어 연 30톤이 넘는 딸기를 생산한다. 굿파머스그룹은 귀농한 청년을 돕는 멘토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쉘파스페이스(대표 윤좌문. 대전 유성구 소재. 2022년 8월 A-벤처스)는 스마트팜 제어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이다. 식물 품종과 생육단계에 맞춰 빛 파장을 변환해주는 가변필름을 이용해 정밀하게 빛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사람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한 것처럼, 식물의 생장에는 다양한 파장의 빛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한우연(대표 우용성. 서울 강서구 소재. 2022년 9월 A-벤처스)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맞춤형 숙성 한우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한우는 온도나 풍향과 같은 조건에 따라 숙성 정도가 달라진다. 한우연은 최적의 숙성 조건을 찾기 위해 스마트 숙성기를 개발했다. 소비자 취향 데이터도 분석해 낮은 등급의 한우를 높은 등급의 고기 맛으로 바꿀 기술을 고안했다.
카멜로테크(대표 정원철. 서울 도봉구 소재. 2022년 10월 A-벤처스)는 한약 자동제조시스템을 개발한 기업이다. 한의원에서 한약을 받으려면, 긴 시간 대기해야 하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했다. 이 기업은 524종의 한약재 원액을 추출해 알약 형태로 만들어 빠르게 한약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했다.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개별 한약재가 담긴 카트리지에서 용액을 배출, 5분 만에 한약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에이지엣랩스(대표 이정석. 서울 구로구 소재. 2022년 11월 A-벤처스)는 천연물 소재 기능 성분인 뮤신으로 바이오 식품, 이너뷰티 제품을 개발한 기업이다. 에이지엣랩스는 자사가 보유한 뮤신 정제 추출력을 활용, 먹는 뮤신을 개발했다. 이너뷰티 브랜드 ‘퓨리카뮤신’에 해당 기술을 담아 론칭했다. 이 기업은 프로 보디빌딩 선수와 갱년기 등 다양한 소비층에 맞춤화한 뮤신 영양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2022 A-벤처스 시상식에 참석한 강신호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벤처창업본부장. 출처=IT동아
강신호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벤처창업본부장은 “농업에서 유니콘을 뛰어넘어 데카콘 기업이 나올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은 혁신 농식품 벤처·창업 기업의 탄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