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예술작품 ‘생명의 파동’ 전시
“공기방울 군집(群集) 형상이 인쇄 용지에 나타났어요. 컴퓨터 프로그래밍 잘못에 따른 예기치 않은 결과였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인생의 실수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죠.”
드론 전문가인 이덕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가 30여년 전 에어포일(비행기 날개) 주변의 바람의 흐름을 관찰하는 연구의 기억을 되살려 ‘생명의 파동’이라는 예술작품을 창작했다.
KAIST MR(Microrobot Research) 동아리 권진, 정명우, 최진혁 씨와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시민큐레이터 전시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1~16일에 서울혁신파크 내 SeMA 창고에서 열리는 ‘나의 첫 창작일지’전에서 전시되고 있다.
‘생명의 파동’은 철제 책상 위에 대형 아크릴 수조를 얹은 형태다. 아크릴 수조 내에는 부드럽게 진동을 일으켜 물 표면에 파동을 만드는 장치가 설치됐다. 그 파동은 투명한 아크릴에 투사돼 전시실 바닥에서도 파동이 일어나는 듯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덕주 교수(왼쪽) 전시장을 찾은 제자와 함께 자신의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 작품은 그의 생애 첫 예술작품이다.
“공기방울 형상은 비록 컴퓨터 프로그래밍 잘못에 따른 것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그 감동의 기억을 구현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 해군연구소, KAIST의 관련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가면서 작품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당시의 공기방울 형상이 각인됐던 것은 삶에서 빚어지는 실수도 나중에는 아름다운 인생 전체를 구성하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다“며 “KAIST가 실패연구소를 만든 취지도 그렇거니와 실수나 실패는 노벨상 뿐 아니라 성공적인 인생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