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차관. 뉴시스
정부가 내년에 11조20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대학 재정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초중고 교육 재정에서 매년 약 3조 원을 넘긴 특별회계가 신설되면 정부가 대학에 주는 일반 재정지원 규모가 지금의 약 2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고등교육 재정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초중고와 대학으로 나뉜 교육 재정의 ‘칸막이’를 일부 허물어 재정난을 겪는 대학을 지원하는 취지다.
내년 예산안을 기준으로 신설되는 특별회계 11조2000억 원 중 8조 원은 기존 고등교육 예산 가운데 대학 경쟁력 강화 관련 예산을 한데 모아 조성한다. 3조 원은 각 교육청에 배분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된 교육세 일부를 가져오고, 2000억 원은 정부 예산을 추가한다. 이를 통해 내년 대학 관련 예산은 당초 예정액(12조1000억 원)보다 3조2000억 원 늘어난 15조3000억 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늘리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올 9월 여당 주도로 특별회계 신설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아우 밥 그릇 뺏어 형님 준다’는 유초중고 교육계 반발도 크다.
당초 정부는 올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3조 원 규모의 특별회계 신설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기존 고등교육 예산 8조 원을 더하며 특별회계 규모를 크게 늘렸다. 신문규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고등교육 예산을 특별회계로 이관하면 앞으로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특별회계 도입 취지를 밝혔다.
정부는 내년에 새로 편성되는 대학 관련 예산 3조2000억 원을 대학 재정 및 교육 여건 개선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연간 1조 원 수준인 대학 특성화 강화, 융합교육 과정 개발 등 혁신지원 사업 예산을 9000억 원 늘린 1조9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기존에는 정부 지원금을 인건비나 시설 운영비 등으로 쓰는 게 금지됐는데 앞으로 허용된다.
국립대 노후 교육시설을 개선하고 실습 기자재를 교체하는 데도 내년에 9000억 원을 추가 투자한다. 2023~2027년 5년간 총 5조2000억 원을 집중 투자해 국립대의 40년 이상 묵은 시설과 15년 이상 사용한 기자재를 모두 보수하거나 교체할 계획이다. 이 밖에 지역 주도 맞춤형 인재 양성 등 지방대 활성화 사업에 5000억 원을 신규 투자한다.
반면 시도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 세수 증가 등에 따라 남는 교부금을 쓸 곳을 찾지 못해 적립금으로 쌓고 있다. 올해 17개 시도교육청의 교부금 적립 규모는 약 19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65조595억 원이었던 교부금은 내년에 77조2806억 원으로 약 12조 원 늘어날 전망이다. 기재부는 교부금 규모가 2026년에 9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 방침에 대학과 초중등 교육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은 “대학 등록금이 14년 동안 동결되면서 대학은 숨이 목까지 찬 상태”라며 “특별회계 신설을 계기로 고등교육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도 교육감들로 구성된 교육교부금 특별위원회는 “별도의 예산을 만들어 고등교육을 지원하라”며 교부금 축소를 기반으로 한 특별회계 신설에 반대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 수가 줄고 있지만 유초중고 교육의 질을 높이고 환경을 개선하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