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글로벌 CEO들 베닝크 반도체 장비 ASML 회장, 오늘 화성 뉴캠퍼스 기공식 참석 “수리-R&D센터 거쳐 기술이전… 화성캠퍼스는 이제 시작 단계” 방한 중 이재용 회장과 회동 예정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네덜란드 ASML의 페터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가 화성 뉴캠퍼스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SML 제공
“화성 뉴캠퍼스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미래 제조 기반 가능성을 넓혀 나가겠습니다.”
첨단 반도체 필수장비를 독점 공급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의 페터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가 첫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내 투자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16일 경기 화성시 ‘뉴캠퍼스’ 기공식 참석차 한국을 찾은 베닝크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5개월 만에 회동한다.
베닝크 CEO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뉴캠퍼스 조성에 대해 “한국의 주요 고객사와 인접해 확장의 필요성을 계속 느껴 왔다”며 “한국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협력사가 많은 만큼 부품 조달 등 현지 기업들과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ASML은 지난해 화성시, 경기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2025년까지 2400억 원을 투입해 화성시 동탄2신도시 부지에 반도체 클러스터인 화성 뉴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했다. 총 연면적 7만3000m²(약 2만2000평) 규모의 뉴캠퍼스에는 ASML코리아의 신사옥과 현지 유지보수를 위한 권역 수리센터(Local Repair Center),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 체험전시관 등이 세워진다. 2024년 12월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베닝크 CEO는 특히 권역 수리센터의 설립과 관련해 “현지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현재 10% 수준인 부품 현지 조달 비중을 50%까지 늘려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제조라인의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술 이전을 위해 최소 5∼10년이 걸린다”고 전제하면서도 “권역 수리센터를 통해 경험 지식을 쌓고 연구개발(R&D) 기반이 확충되면 제조라인 기반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캠퍼스는 그런 면에서 이제 시작점”이라고도 했다.
경기 침체 전망에도 불구하고 베닝크 CEO는 반도체 시장과 EUV 장비 수요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 장비의 리드타임(주문 후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경기 침체 기간보다 길 것으로 본다. 고객사들의 주문량은 내년에도 증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ASML의 EUV 장비 리드타임은 18개월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래자동차와 클라우드, 인공지능(AI)의 성장으로 2030년까지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9%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규제 움직임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베닝크 CEO는 “미국산 제품이 적용된 장비의 중국 출하가 어려워지면서 우리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는 현재 매출의 5% 정도지만 향후 규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