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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4곳 권역트라우마센터에 정신과 전문의 ‘0’명

입력 | 2022-11-16 03:00:00

지역 재난 트라우마 치료 거점기관
의사 없어 환자 외부 정신병원 진료
“인력 부족… 대형 재난 감당 못해”




재난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집중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전국 4곳의 권역트라우마센터에 ‘전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재난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다루는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강원, 영남, 호남, 충청 등 4곳의 권역트라우마센터 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전임으로 근무하는 센터는 한 곳도 없었다. 낮은 보수로 전문의 수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각 센터는 환자가 생기면 지역 국립정신병원 소속 의사(겸임)에게 보내 진료를 맡기고 있다.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설치된 권역트라우마센터는 국가적 재난이나 대규모 사고에 따른 트라우마 환자의 상담과 치료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센터당 연간 예산은 약 6억 원(2022년 기준)이지만 전임 의사가 한 명도 없어 제 기능을 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담 인력도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환경이다. 센터별로 상담사 7∼9명이 근무하지만 이 중 정규직은 3명씩뿐이다. 한정된 정규직 할당인원 탓에 나머지 4∼6명은 2년 임기 기간제 근로자다. 전문 자격증을 갖춘 상담사를 뽑더라도 재난 트라우마 피해자를 상담하려면 통상 3개월의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 일이 익숙해질 만하면 퇴직하는 상담사가 적지 않다. 충청권 트라우마센터 관계자는 “우리 센터 기간제 상담사 6명 중 3명의 임기가 내년 4월”이라며 “이들이 한꺼번에 퇴직하면 센터의 정상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는 각 권역센터의 본부 격인 서울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통합심리지원단을 꾸려 트라우마 대응에 나섰다. 이곳은 전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을 포함해 총원이 30명에 달한다. 향후 비수도권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해당 지역의 권역트라우마센터가 이런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한 권역트라우마센터장은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이 지방에서 발생하면 총원이 10명도 안 되는 조직으론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보건복지부는 트라우마센터 인력 확충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백종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인력 확대가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있는 인원이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