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 실수-댄스 챌린지 영상 인기몰이 멤버 알리기 쉬워… 팬들도 적극 활용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리더 수빈이 한 음악방송에서 멤버 소개를 하지 않은 실수를 깨달은 후 인사하는 모습이 담긴 유튜브 쇼츠(왼쪽 사진). 조회 수가 875만 회에 달한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일본인 멤버 사쿠라가 한 유튜브 예능에서 일본어를 잊어버린 장면을 편집한 유튜브 쇼츠. 유튜브 캡처
“이 영상 보고 투바투(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에 입덕(덕후 입문)할 것 같아.”
지난해 보이그룹 TXT의 팬튜브(팬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영상에는 자신이 리더임을 잊은 멤버 수빈이 한 음악방송에서 그룹 소개를 하지 않고 다른 멤버들을 쳐다보는 장면이 담겼다.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깜짝 놀란 뒤 “인사하겠습니다. 하나, 둘!”이라고 운을 떼는 수빈에게 “이 영상으로 투바투를 처음 알았는데 너무 귀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 영상은 유튜브의 쇼트폼(짧은 형식) 서비스인 ‘유튜브 쇼츠’로, 분량은 15초에 불과하다. 조회수는 875만 회, ‘좋아요’는 29만 개에 달한다.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찾아보는 Z세대(1996년 이후 출생자)가 많아지면서 아이돌 그룹의 ‘입덕’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쇼트폼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쇼트폼 서비스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틱톡이다. 유튜브 쇼츠는 1분, 릴스는 90초, 틱톡은 10분의 시간 제한이 있다. 쇼트폼은 아이돌 그룹의 강렬한 무대 퍼포먼스나 예능 프로그램의 재밌는 장면 등 ‘하이라이트’만 1분 내외로 편집돼 올라오기 때문에 그룹 또는 개별 멤버의 매력을 단번에 인지하기 쉽다.
쇼트폼이 ‘입덕’ 경로가 되면서 팬들도 팬덤을 확장하기 위해 쇼트폼을 적극 활용한다. 기존에는 음악방송, 팬 사인회 ‘직캠’(팬 등이 직접 찍은 영상), 라이브 방송을 편집한 5∼15분 길이의 영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쇼트폼 전용 팬튜브가 생겨나고 있다.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전소연의 팬이 만든 ‘전소연 쇼츠’, 걸그룹 엔믹스 멤버 해원의 팬이 만든 채널 ‘또 오해원’이 대표적이다. 팬튜브 구독자는 1만 명을 넘기기 쉽지 않지만, ‘또 오해원’은 개설 5개월 만에 구독자가 7만6000명을 넘었고, 가장 인기 있는 영상 조회수는 740만 회에 달한다.
기획사 마케팅에서도 쇼트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곡 중 중독성이 강한 ‘킬링 파트’나 예능에서 화제가 될 만한 장면을 따로 쇼트폼으로 제작해 자체 SNS에 올린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그룹뿐만 아니라 개별 멤버의 매력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쇼트폼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기획사들도 신곡의 댄스 챌린지 등 쇼트폼 기획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쇼트폼의 인기는 짧은 시간 안에 흥미를 추구하는 Z세대의 특성을 반영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쇼트폼이 Z세대에게 인기를 끌면서 이제 유튜브에 올라오는 5분 분량의 영상도 길게 느낀다. 아주 짧게는 10초, 길어도 1분 안에는 재밌는 장면을 보여주고 해당 영상을 통해 그룹이나 멤버에게 관심이 생기면 원본을 찾아보는 방식으로 콘텐츠 이용 방법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