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출세 기원 그림-福 새긴 베개… 그 시대 그 겨울, 행복했을까

입력 | 2022-11-16 03:00:00

국립민속박물관, 오늘부터 ‘길상 특별전’
‘십장생도’ 등 五福 담은 민속 유물 선보여



조선 후기 화가 이한철이 그린 ‘해도’. 게의 ‘등갑’을 뒤집으면 1등을 의미하는 ‘갑등(甲等)’이어서 게는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상징물이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오랜 세월이 흘러 색이 바랜 배냇저고리. 이 작은 옷에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던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는 변함없이 이어진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길상(吉祥·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 특별전 ‘그 겨울의 행복’을 연다.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도(十長生圖)’를 포함한 조선시대 민화뿐 아니라 복을 부르는 한자가 새겨진 베개, 부를 뜻하는 모란이 그려진 주전자 등 민속 유물 212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은 장수와 명예, 부귀, 강녕, 다산 등 오복(五福)의 의미를 담은 유물로 가득하다. 평균 수명이 45세가량 됐던 조선시대에는 오래 사는 것이 가장 복된 일이라 여겨 일상 곳곳에 장수를 뜻하는 상징물을 새겼다. 조선 중기 문인화가 조지운(1637∼1691)이 그린 고양이 그림 ‘유하묘도’가 대표적이다. 고양이의 한자인 ‘묘(猫)’와 노인을 뜻하는 ‘모(모)’는 중국어 발음이 ‘마오’로 같아 장수를 뜻했다. 길한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 한 쌍과 고양이 다섯 마리를 그린 이 작품은 부부가 해로하길 기원하는 바람을 담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합격을 빌며 엿을 선물하듯 선조들은 시험을 앞둔 이에게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상징물을 선물했다. 조선 후기 화가 이한철(1812∼1893)이 게 네 마리를 그린 ‘해도(蟹圖)’는 장원급제해 출세하라는 뜻이 새겨진 부적과 같다. 딱딱한 게의 ‘등갑’을 뒤집으면 1등을 의미하는 ‘갑등(甲等)’으로, 장원급제하길 바라는 마음을 언어유희로 표현한 셈이다. 이 밖에도 ‘화조도 6폭 병풍’ 등 규방 공예품에는 가화만사성을 소망하며 한 땀 한 땀 수놓은 부녀자들의 염원이 담겼다.

오늘날 복의 의미를 지닌 물품도 전시돼 있다. 로또, 주택복권, 돼지저금통 등이 놓여 있는 전시장 벽면에는 지난해 세계 156개국 중 한국의 행복 순위가 59위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올해 3월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 2022’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이주홍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행복을 기원하는 전시물을 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3월 2일까지. 무료.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