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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대목 앞둔 아마존, 1만명 감원 한파… “화이트칼라 고통 시작”

입력 | 2022-11-16 03:00:00

[경기침체 비상등]
“경기침체 대비” 역대 최대 규모 감원



1994년 설립 후 최대 규모인 1만 명 감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 최대 유통기업 아마존의 시애틀 본사 전경. 시애틀=AP 뉴시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1만여 명 감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감원이다. 특히 연중 최대 성수기를 앞둔 시기의 대대적 감원이라 시장의 충격도 큰 편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에 이어 아마존도 대규모 감원에 나서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호황을 누렸던 빅테크, 금융, 부동산 시장 ‘화이트칼라’ 직군의 고통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14일(현지 시간) CNN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TV, 자동차 등 대규모 구매를 미루고 (경기침체 같은)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화될 때를 대비해 자금을 쌓아야 한다”며 “영세업체는 특히 리스크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블프’·크리스마스 앞두고 대대적 감원
14일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이 유통, 인사, 인공지능(AI) 부문 중심으로 1만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에 대한 해고 통보를 이르면 이번 주부터 시작한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약 160만 명 아마존 임직원 중 정규직 화이트칼라 임직원 수는 10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감원 규모는 이들의 약 1%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닷컴 버블’ 직후 1500여 명을 감원한 이래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다.

아마존은 팬데믹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혀 왔다. 2021년 4분기(10∼12월) 순수익이 143억 달러(약 19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99% 급등했다. 회사가 잘나가자 메타, 구글 등 다른 빅테크 기업처럼 개발자, 경영 임직원을 대대적으로 뽑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임직원 수(79만8000명)에서 2년 만인 2021년에 160만8000명으로 102%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되고, 기준금리 인상 속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수익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38억 달러 적자를 봤다.

실적이 부진하다 해도 세계적인 쇼핑 축제 기간인 11월 말∼12월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이뤄지는 대규모 감원은 기업이 체감하는 미국의 소비 부진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이 과잉 인력과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알려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말 소비 부진을 경고하며 “사람들의 예산은 빠듯하고 물가는 높고 에너지 가격 문제도 있다”며 “경기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애플도 연말 소비 부진 우려 속에 기업 간 거래(B2B) 맥북 할인 행사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PC 시장 전반의 침체가 나 홀로 성장하던 맥북에도 영향을 미쳐 재고 소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화이트칼라 직군’ 고통 시작
아마존에 앞서 퀄컴, 인텔, 시게이트 등 반도체 기업과 펠로턴, 트위터, 메타 등 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전례 없는 감원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애플은 고용을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한 해 주가 폭락과 인수합병(M&A) 기근을 경험한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 주택 경기 냉각 속에 부동산 기업 오픈도어 등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윌리엄 리 밀컨인스티튜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화이트칼라 직군이 몰려 있는 대기업들이 수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잘못 예측해 인력을 너무 많이 뽑았다”며 “가장 많이 뽑은 기업들이 가장 취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실업률은 3.7%로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서비스 분야 현장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빅테크 등 고임금 대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이 본격화되면서 내년 미국에 경기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