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 수사] 성남도개공, 2015년 내부보고서 분양가 낮춰 잡고 비용은 부풀려 이재명측근 정진상, 檢출석 조사
대장동 전경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수익의 지표인 택지 분양가를 평(3.3m²)당 1000만 원 이하로 산정해 예상 이익을 1822억여 원으로 축소한 내부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공사 내부에서 ‘유원(one)’으로 불린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이 예상 비용은 부풀리고 분양가 등 예상 이익은 낮춰 공사에 돌아갈 이익을 최소화하려 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 보고서’에서 공사는 대장동 개발 구역의 공동주택(아파트) 택지 분양가를 평당 937만∼1017만 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보고서에는 “이 택지 분양가에 근거한다면 대장동 사업의 예상 수익은 1822억 원 수준”이라고도 적혔다.
이후 공사는 이 보고서 등을 근거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1822억여 원의 확정이익만 가져간 뒤 나머지를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 배당하는 내용의 주주 및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결국 화천대유는 평당 1653만∼1943만 원에 민간에 택지를 분양했고, 배당이익 4000억여 원을 챙겼다.
검찰은 이날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이 대표의 관여 여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대장동 일당, 예상 수익 축소한 보고서로 도개공 가져갈 몫 줄여
분양가 937만~1017만원으로 평가
실제론 1653만~1943만원에 분양
민간 사업자에 이익 몰아준 의혹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의견도 묵살
“위례신도시(3.3m²당 1596만 원), 성남 고등지구(1196만 원), 하남 미사지구(1111만 원), 대장동 개발사업 구역(1017만 원 예상)….”
○ 다른 사업 평균 내 ‘주먹구구’식 분양가 예상
통상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개발사업을 앞두고 예상 택지 분양가를 산정할 때 감정평가사들의 평가 금액을 기초로 판단한다. 하지만 공사는 2015년 1, 6월 보고서에서 경기도의 5개 개발사업(위례, 화성 동탄, 하남 미사, 성남 고등, 수원 호매실 지구)에서 택지 분양가를 토지 조성원가(보상비와 토목비 등)로 나눈 비율을 구했다. 그리고 5개 개발 사업의 평균치를 계산했다. 이 비율을 대장동의 토지 조성원가에 곱해 예상 택지 분양가를 낮춰 산정했다.
이후 공사는 2015년 3월경 민간사업자들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았고 화천대유의 사업계획서에는 “사업이익은 3595억여 원으로 예상되고, 공사에 1822억 원 수준의 확정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화천대유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뒤인 2015년 6월에도 공사는 대장동의 아파트 택지 분양가를 평당 937만∼1017만 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보고서에는 “경상이익은 1822억4100만 원으로 분석된다”란 내용이 적혔다. 이후 공사는 화천대유와 2015년 6월 말 사업 및 주주협약을 통해 공사가 1822억여 원의 확정이익을, 민간이 나머지를 가져가는 안에 합의했다. 이른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협약에 넣어야 한다는 공사 개발사업1팀의 의견은 유 전 직무대리 등에 의해 묵살됐다.
○ “정영학이 평당 2000만 원 넘긴다고 해”
최근 대장동 재판에 출석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2007년 여름 경기 용인시 동천동의 택지 분양을 평당 1700만 원 넘는 수준에 했다”며 “정영학 회계사와 ‘대장동은 (택지 분양가격이) 평당 2000만 원을 넘길 수도 있다’고 대화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앞서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 등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면서 651억 원+α의 손해를 회사에 끼쳤다고 판단했다. 민간사업자의 사업계획서에 기재된 평당 택지 분양가 1400만 원을 기준으로 최소 1500만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양가를 낮게 잡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사가 2015년 택지 분양가를 평당 1000만 원 이하로 축소 산정한 내부 문건이 공개된 만큼 이들의 배임 액수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