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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밀 남일아냐”…원윳값·원부자재·시장축소에 유업계 ‘암울’

입력 | 2022-11-16 05:19:00

14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우유 제품이 진열돼 있다. 2022.11.14/뉴스1 ⓒ News1


 우유 소비량 감소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떠안은 유업계가 원부자재 가격 급등과 원윳값 인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깊은 시름에 빠졌다.

유업계의 위기는 최근 사업종료를 선언했던 푸르밀 사태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내수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업계 특성상 사업 다각화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유업체들이 공통된 의견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유업체들은 사업 다각화 또는 제품 다각화로 각기 다른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유만 팔아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유업계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01년 36.6㎏이었던 1인 우유 소비량은 지난해 32㎏으로 줄었다. 저출산으로 주 소비층인 영유아 수가 크게 줄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급식이 멈추며 타격을 입었다.

축소된 시장 속에 경쟁자는 계속 늘고 있어 국내 유업체들이 설 자린 더더욱 없어지고 있다. 최근 수입산 멸균우유의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는 것은 물론 2026년 미국산을 시작으로 수입산 우유의 무관세가 적용되면 국내 유업체들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국산 원윳값과 원부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해 생산 단가가 오르며 수익성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원윳값 인상에 따른 우유 소비자 가격 인상률이 원윳값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유업체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윳값이 L당 21원 올랐을 때와 52원 오른 올해 비교했을 때 소비자 가격 인상률엔 큰 차이가 없다”며 “원가 부담에 대한 압박이 크다”고 토로했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국내 대표 유업체들은 일찌감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음용유 시장 매출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발굴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선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지 않으면 제2의 푸르밀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말도 나온다.

매일유업은 2018년 ‘셀렉스’ 브랜드를 론칭하고 누적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엔 셀렉스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면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셀렉스 외에도 식물성 음료 브랜드 ‘어메이징 오트’와 ‘아몬드브리즈’ 등 식물성 대체유 사업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남양유업도 건강기능식품과 케어푸드(돌봄음식), 단백질 음료 등 신사업을 확대하며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기존 타깃층이 점차 바뀌면서 내년엔 성인 분말식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아이스크림과 냉동피자, 컵커피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며 제품의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푸르밀 사태는 유업계가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실상”이라며 “국내에서 유업체는 사라지고 전부 종합식품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