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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스페셜라이즈드 [바이브랜드]

입력 | 2022-11-17 09:00:00


한강진역으로 향하는 길. 랜드로버 매장 옆 쫄쫄이 군단이 눈에 띕니다. 자신감 넘치는 복장(?)으로 수입 자동차를 구입하진 않겠죠. 그들의 행선지를 눈으로 쫓아봅니다. SPECIALIZED, 자전거 매장임을 직감했습니다. ‘외제차를 사진 못해도 자전거는 가능하겠지?’라는 기대도 잠시...검색해보니 무려 1600만 원이 넘네요. 아깝습니다. 1590만 원이 부족했습니다.

1974년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스페셜라이즈드'는 상업용 MTB(산악용 자전거)를 최초로 만든 브랜드입니다. 세계적인 마니아층을 자랑하죠. 1000만 원대 제품들도 입고와 동시에 완판될 정도인데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이하 스드코)' 마케팅팀의 박준혁 팀장을 만나 자전거 시장의 ‘그.사.세’를 만든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만 달러 바이크
팬데믹 이후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은 호황입니다. 라이딩 자체를 즐기는 이들과 프리미엄 스포츠로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들이 공존하죠.

박 팀장은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성장한 것 같다”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라고 업계의 속사정을 전했습니다. 스드코의 주고객층은 순수하게 자전거를 스포츠로 즐기는 마니아들이라고 하네요.

자동차와 시계처럼 자전거 시장 역시 원하는 제품을 얻기 위해 1년 이상 기다리는 트렌드가 자리 잡았습니다. 최고가 제품 구매에 망설이지 않는 소비층도 두텁다고 합니다.

실제 스드코에서도 최고 등급인 ‘S-WORKS’의 인기가 가장 많습니다. 한국 지사의 자전거 부문 매출액 중 S-WORKS 등급의 비중은 약 20%. 참고로 인기 제품인 타막 S-WORKS 버전의 가격은 약 1600만 원입니다.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 플래그십 스토어 한남점_출처 :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


스페셜라이즈드의 인기 제품 타막_출처 :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


입문용은 350만 원선
Innovate or Die. ‘혁신하지 않으면 브랜드가 영속할 수 없다’는 뜻으로 스페셜라이즈드의 글로벌 사훈입니다. 실제 제품 연구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는 라이더들이 스페셜라이즈드를 택하는 이유인데요.

대부분의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는 제품 개발 시 공기 저항을 중시합니다. 프로 레이스에서는 0.1~0.2초 차이로 승패가 갈리니까요. 스페셜라이즈드는 업계 최초로 바람 속에서 제품의 공기 저항력을 측정할 수 있는 풍동 실험실을 구현했습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전 제품에 적용하죠.

앞서 언급한 타막은 스페셜라이즈드의 기술력이 집약된 작품입니다. 1300여 명이 타막을 타고 사이클링 대회에서 우승을 따냈죠. 기술력을 100% 누리고 싶은 마니아들과 하차감을 중시하는 재력가들이 사랑하는 모델입니다.

5년 전에는 제품 개발력을 원동력 삼아 전기 산악 자전거 ‘리보’를 출시했습니다. 산에서 체력 부담을 낮춰주기 때문에 중장년층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최고가 1000만 원대인 타막과 리보. 과연 입문자들도 구매할까요? 예상대로 마니아층의 구매율이 높다고 합니다. 입문자들이 선호하는 가격대는 150~350만 원 사이죠.


전기 산악 자전거 리보_출처 : 바이브랜드


남산행 라이더들 STOP!
매장 또한 스드코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64개 대리점 외에 ‘한남동, 일산, 인천’에서 3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입니다. 세 곳 모두 자전거 코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죠.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한남점. 2015년 오픈 후 리뉴얼을 거쳐 지금은 플래그십 스토어라 불립니다. 부촌 이미지를 의식한 상권 선정은 아닌지 물었습니다. 박 팀장은 이미지보단 남산행 라이더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특성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익스피리언스 센터일 당시 한남점 내부_출처 :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



2015년 매장명은 ‘익스피리언스 센터’였습니다. 전 세계 스페셜라이즈드 지사의 직영점이 5개가 안되던 무렵 국내에 오픈한 체험형 매장인데요. 라이더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였습니다. 넉넉히 설치된 테이블과 거치대, 국내 최초의 자전거 테마 카페인 벨로마노도 입점했죠.

테이블과 커피 한 잔의 조합이라니 대화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네요. 타이즈를 입고 카페를 전전하기가 부끄러운 라이더들에게 안식처였습니다.
피팅 서비스의 품격
올해 5월 리뉴얼을 마친 한남점이 재오픈했습니다. 두 줄로 길게 전시된 자전거들이 아우라를 뽐내는군요. 마치 런웨이 정면에서 패션쇼를 관람하는 듯 했죠. ‘무광 블랙, 연핑크, 그린’ 등 비비드한 프레임 위 SPECIALIZED 로고가 빛났습니다.


리뉴얼된 한남점 내부_출처 :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



기자의 안목이 높은 걸까요? 가장 끌리는 제품을 고르고 보니 타막이네요. 코너링과 가속력의 차이는 마니아라면 인지할 수 있겠지만 디자인이 주는 아름다움은 누구나 느낄 수 있죠. 스크래치 날까 봐 차마 타보진 못했습니다. 무이자 할부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한남점의 리뉴얼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충분히 멋진 매장이었으니까요.

라이더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변화였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단일 매장으로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설계할지 고민합니다.”

핸드오버 존과 리툴 피팅 서비스 룸도 고객 경험을 위한 투자입니다. ‘핸드오버’란 소비자에게 자전거를 전달할 때 자세히 안내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존에 마련된 고급 소파에 앉아 설명을 들으면 이 모델을 100% 활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 것 같네요.

리툴 피팅 서비스 룸은 자전거를 몸에 최적화시키는 공간입니다. 피터(서비스 담당자)가 첨단 기기로 고객의 자세를 분석한 후 이를 데이터 삼아 현재 안장과 핸들바의 높이를 조정합니다. 실제 기자는 피터의 설명을 듣던 50대 남성의 함박웃음을 봤습니다.


한남점의 핸드오버 존_출처 :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


한남점의 리툴 피팅 서비스 룸_출처 :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


입문자를 위한 자전거 구매 팁을 물었습니다. 박 팀장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합니다. 출퇴근용인지, 운동용인지, 운동이라면 도심에서 즐기는 건지, 산에서 타는 건지 등을 정하는 거죠. 모델별로 특성이 다른 만큼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하네요.
육교를 넘어오는 그들만의 세상
프리미엄 이미지와 마니아층을 갖춘 스드코지만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합니다. 인지도 증대를 위한 계획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브랜드의 대중화도 중요하지만 스페셜라이즈드를 타고 있거나 구매를 고려하는 이들을 만족시키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입장입니다.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는 것도 스드코의 목표입니다. 자사 모델을 꾸준히 타왔던, 이제 막 타기 시작한 라이더들에게 제품과 매장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거죠. 장기적으로는 자전거 문화를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언젠가 타보고 싶은 ‘갈망을 주는 브랜드’로 인지되기를 꿈꿉니다.


한남대로에서 바라본 플래그십 스토어 한남점_출처 :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


스드코가 만든 ‘그.사.세’는 단지 값비싼 자전거를 향유하는 문화가 아닙니다.

한남점 인근 한남대로에는 횡단보도가 없습니다. 매장까지 육교를 건너 뺑 돌아와야 하죠. 그럼에도 수많은 라이더가 자전거를 든 채 육교를 건넙니다. 나에게 맞는 모델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죠.

만족스러운 라이딩을 위해 불편함을 즐기는 그들의 ‘땀방울’로 채워진 세상이 스드코가 바라는 가치입니다. 기자도 타막에 몸을 맡긴 채 한강변 로드라이딩을 즐기고 싶네요. 하차감 때문은 아닙니다(웃음).

인터비즈 이한규 기자 hanq@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