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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칼질을 많이 하는데”…예산안 뾰족수 없는 국민의힘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입력 | 2022-11-16 11:23:00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첫해만이라도 화끈하게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지난 14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각 상임위별로 예산 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꼭 필요한 예산들을 너무 칼질을 많이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운영도 해본 정당이니까 제때 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되고, 특히 지금은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얘기가 있을 정도로 경제상황이 어렵다”며 “재정이나 예산이 선제적으로 작용되지 않으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협력해 줄 것이라고 믿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민주당이 청와대 영빈관을 대신할 영빈관 장소를 마련하려는 예산,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개방‧활용 관련 예산, 신설된 행정안전부 경찰국 관련 예산 등 전액을 삭감했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 예산도 전액 삭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이 준 많은 수의 의석을 오로지 대선 불복, 정권 발목 잡기에 치중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몽니는 다음 총선에서 국민이 엄중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정부가 제출한 639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은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169석 거대 야당의 의석수를 앞세워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에 대한 삭감에 들어갔지만 115석의 국민의힘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수적 열세인 상태다.

앞서 민주당은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는 민생 및 안전 예산은 삭감하면서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 관련 예산은 늘리는 비상식적인 비정한 예산을 제출했다”며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2023년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긴축재정은 경제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는 예산”이라고 규정한 상태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권력기관 예산과 부실 설계 및 불요불급한 문제 사업 예산을 대폭 감액시키고 10대 민생사업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제시한 10대 증액 사업은 지역사랑상품권, 노인 일자리 및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기초연금 부부감액 폐지 및 단계별 인상, 저소득층에 필요한 영구‧ 국민 임대주택, 고금리 등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소상공인‧취약차주 지원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 이재명 대표는 16일 “금융취약계층과 주거취약계층, 한계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3대 영역에 대해 3대 긴급민생회복 프로그램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고금리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대출 전환을 지원하겠다. 저소득층 무주택자들의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을 확대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부실채권을 정부가 매입하겠다”며 “3대 긴급민생회복 프로젝트에 대해 1조 2천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초부자 특권 감세를 일부만 조정해도 재원 마련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지난 15일 “이미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직간접적 예산, 위법한 시행령 집행에 필요한 예산 등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예산 상당액을 해당 상임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삭감했다”며 “불필요한 예산은 확실하게 삭감하고 민생 예산 증액은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여야는 30일 예산결산심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여야 간 입장차로 예산안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게다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 등을 놓고 여야 대치가 이어질 경우 예산안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다음 달 2일까지인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법정 시한을 넘겨 예산안 처리가 계속 늦춰질 경우 전년과 동일한 예산안을 집행해야 하는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