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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이어 美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추가 심사…“자국이익 극대화 포석”

입력 | 2022-11-16 11:49:00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함께 있는 모습. 2022.2.22/뉴스1

영국에 이어 미국 경쟁당국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해 추가 심사하기로 하면서 순항하던 기업 결합 해외 승인 절차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다만 항공업계는 영국과 미국의 이번 조치가 자국 이득이 극대화되는 쪽으로 심사를 이끌려는 전략적 포석의 성격이 강하다며 합병 무산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1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미 법무부(DOJ)는 15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경쟁당국에 이어 미국 경쟁당국도 승인 여부 결정을 미룬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미 법무부가 ‘세컨드 리퀘스트’에 따라 심사 절차를 ‘간편’에서 ‘심화’로 격상함에 따라 자료 제출을 마치고 최근까지 임원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통상 세컨드 리퀘스트에 따라 자료 제출 후 75일이 지나면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15일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뤄진 것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시장경쟁청(CMA, 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도 양사가 런던~인천 노선 주요 항공사라 합병이 성사되면 영국 고객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위험이 있다며 합병 유예 결정을 내렸다.

CMA는 대한항공 측에 오는 21일까지 합병을 납득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내라고 통보했다. 추가 자료를 토대로 오는 28일 합병 승인 여부를 내릴지, 2차 조사에 착수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의 모습 2021.2.23/뉴스1

항공업계에선 영국과 미국 경쟁당국의 연이은 심사 결론 보류에 대해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불승인으로 가는 과정이 아닌 이들 경쟁당국이 자국이 좀 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승인을 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시간을 안 끌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공정위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세부 조건을 구체적으로 따지다 보니 시간이 지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제철 한서대 공항행정학과 교수도 “우리 국적 항공사들이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라는 걸 미국 측에서도 20년 동안 느꼈을 것”이라며 “미국도 그런 점을 의식해 전략적 측면에서 더 얻어낼 게 있지 않을까라는 점에서 심사 연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는 승인을 바로 했을 때와, 한 번 더 검토하겠다고 했을 때 오는 이익들을 계산을 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미국 입장에서는 작은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닐 것이다. 미국도 심사한 기간이 1년이 다 돼가는데 불승인 입장이었다면 오늘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항공 측은 양사 합병시 독점 상태가 되는 일부 미주노선에 대해 독점 해소책을 미 법무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쟁당국의 추가 심사 입장 발표에 따라 미국은 물론 EU(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의 심사가 연내에 마무리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영국의 경우 오는 21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면 28일에 최종 결정을 내릴지, 추가 조사를 할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반면 미국은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지 않아 심사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한항공은 당초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이 승인 또는 조건부 승인을 내리면 미국 결정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국가들의 결론 도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미국 경쟁당국의 추가 심사로 양사 합병이 예상보다 더 지연되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6월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올해 말까지 미국과 EU로부터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황용식 교수는 “미국은 11월24일 추수감사절 이후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돼 관공서 등 대부분 업무가 거의 올스톱된다”며 “연내 심사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거 같다. 아무리 빨라도 연초나 돼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해 1월 미국, EU, 일본, 중국, 한국, 태국, 튀르키예, 베트남, 대만 등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했다. 지금까지 튀르키예와 대만, 베트남, 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태국으로부터는 기업결합 사전심사 대상이 아님을 통보받았다. 임의 신고국가국의 경우 호주를 포함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으로부터 승인 결정을 받았다. 필수신고국과 임의신고국 중 한 국가라도 승인을 하지 않으면 합병은 무산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