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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경부선 지하화 탄력받나… 지하고속도 건설안전기준 마련

입력 | 2022-11-16 12:32:00


이르면 12월부터 도시지역에 들어서는 지하터널의 높이가 현재보다 0.5m 높아진다. 또 100년 빈도의 강수량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시설과 터널 내 GPS 수신기 등이 설치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으로 ‘도시지역 지하도로 설계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16일(오늘) 발표했다. 출퇴근길의 심각한 교통 정체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경인·경부고속도로의 일부 구간 지하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사전조치이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총길이·19.3km)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32.3km) 사업구간은 현재 국내 최장 고속도로 터널인 인제양양(10.96㎞)이나 국내 최장 대심도 터널인 서울 서부간선지하도로(10.33㎞)보다 2,3배 길다. 또 도로터널은 철도터널보다 교통량이 많고 사고처리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어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개정될 지침의 핵심은 지하터널의 안전기능을 대폭 보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17일부터 관계기관 의견조회를 거쳐 12월 중에는 지침 개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두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지하터널, 크기 커지고 GPS 수신 쉬워진다

국토부에 따르면 설계지침 개정안에는 지하 40m 이상 깊이에서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가 들어서는 대심도 터널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시설 규모와 방재시설, 안전보조장치 등에 대한 기준 등이 제시돼 있다.

우선 터널 크기가 커진다. 현재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 출동할 구급차 등의 높이가 3~3.5m인 점을 감안해 높이를 최소 3.5m 이상 확보해야 한다. 기존 지하터널의 높이(3m)보다 0.5m 높아진 것이다. 고장 차량이 정차하거나 사고 발생시 구난차량이 긴급 출동하는 데 필요한 오른쪽 길어깨(갓길) 폭도 2m에서 2.5m로 넓어진다.

도로 곡선과 경사로의 기울기는 훨씬 완만해 진다. 안전한 주행을 위해 최소 평면 곡선 반지름 기준이 460m에서 1525m로 3배 이상 커지고, 연결로의 경사도는 12%에서 7%로 낮춰지기 때문이다.

수해나 화재에 대비한 방재시설 설치 기준도 강화된다. 배수시설은 최소 100년 빈도 강수량을 처리할 수 있는 용량으로 설계하고,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를 막기 위한 차수판, 방수문 등 침수방지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또 길이가 10km 이상인 지하 고속도로에는 터널 내부에 간이소방서나 터널 진입 차단시설 등과 같은 추가 방재시설 설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안전을 위한 부대시설 설치 기준도 마련된다. 우선 터널 내 GPS 시스템을 설치하고, 운전자의 졸음이나 주의력 저하를 막기 위한 조명이나 벽면 디자인 등도 조성해야 한다.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지침 개정으로 경인, 경부 등 현재 추진 중인 지하고속도로가 교통안전과 주행안정성을 보장하는 최적의 도심지 지하도로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경인고속도로…2027년 착공 목표로 예비타당성 조사 중

정부의 이번 조치로 경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두 사업 가운데 진행속도가 빠른 곳은 경인고속도로 쪽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구간은 인천 서구 남청라 나들목(IC)부터 서인천 IC를 거쳐 서울 양천구 신월 IC까지 총 19.3㎞다. 이곳에 4~6차로 넓이의 지하터널 2개를 뚫는 것으로, 총사업비로 2조 41억 원이 책정됐다. 올해 5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에 결과가 나온다. 현재까지 사업일정은 2027년 착공, 2034년 개통 예정이다.

경인고속도로의 지하화 사업은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각해지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1968년 국내 최초 고속도로로 개통한 경인고속도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미 통행량이 수용량을 넘어선 상태였다. 서울~인천 간 통근 인구와 물동량이 나날이 증가하고 경인권에 중동신도시, 상동지구, 계산지구, 부개지구, 삼산지구, 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 및 택지지구가 잇따라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고, 고속도로로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이에 2017년 정부가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중점사업’에 포함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올해 1월 발표한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명문화했다. 2차 계획은 2025년까지 추진할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담은 것인데, 경인·경부 등 4개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포함돼 있다.

● 경부고속도로…서울시 구간 지하화 요구와 겹쳐 시간 걸릴 듯

한국을 대표하는 1호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의 지하화 사업은 상황이 조금 복잡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구간(경기 화성~양재IC, 길이·32.3km)이 서울시 관리하는 경부고속도로 구간(양재IC~한남IC, 6.8km)과 붙어 있어서다. 서울시도 해당 구간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교통정리가 아직 안 된 상태다.

국토부는 올해 초 발표한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서 “경부선은 현재 하루교통량이 적정량(13만4000채)을 웃도는 20만 대 이상”이라며 “극심한 정체구간인 양재 IC~화성 구간에 기존 고속도로는 그대로 두고, 그 아래 추가도로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사업비도 3조2051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서울시도 양재IC~한남IC 구간의 지하화를 요구하면서 자체적인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지난 9월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경인·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위한 별도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공개를 늦춰줄 것을 요구해 미뤄진 상태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 계획이 국토부 입장이 정리되는 12월경 공개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양측의 고속도로 활용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는 경부고속도로 지하에 고속도로를 뚫더라도 기존의 상부구간을 고속도로로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는 지하 고속도로를 건설한 뒤 상부 구간의 도로 이용차로수를 줄이고, ‘ㄷ자’ 모양의 데크를 씌워 공원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이런 입장 차를 조율하는 문제부터 넘어야 할 산이 적잖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