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또 나왔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둔화세를 보였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변동이 인플레이션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10월 PPI가 전년 대비 8%로 9월(8.4%) 대비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기록을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찍었던 3월의 11.7%에 비해서는 3.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생산자 물가 완화는 인플레 상승 압박 요인이었던 공급망 병목현상이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은 12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속도조절론에 힘을 싣는다. 이미 시장은 12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1~6)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인하하는 피봇(정책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 때 내년 최종금리 6%대 전망은 다시 들어가고, 5% 초반이나 4%대 후반이냐를 두고 투자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 미사일 피격 등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갈등양상이 더욱 고조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서방의 러시아 원유 제재로 공급이 축소된다고 밝히는 등 향후 에너지 공급 우려가 여전하다는 분석에 따라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는 1.22% 상승했다.
연준 인사들은 속도조절을 언급하면서도 섣부른 피봇을 경계하고 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연은 홈페이지에 “(물가 억제에) 한줄기 희망이 보인다”면서도 “아직 우리의 목표치(2% 상승률)에 도달하기 위해 충분한 긴축을 하지 못했다.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