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감사장을 받은 시민 한태양 씨(23)와 신유익 씨(26·여)는 전날 긴박했던 구조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광주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영화를 본 뒤 전남 화순으로 귀가하는 길에 차량에 불길이 치솟은 사고 현쟝을 목격했다.
사고는 15일 오전 1시 반경 광주 동구 소태동 소태 고가다리 인근 중앙화단에 박모 씨(62)가 몰던 승용차가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갑자기 뇌졸중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 박 씨는 화순에서 광주로 귀가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차량이 화단을 충돌했지만 의식을 잃은 박 씨가 액셀레이터를 계속 밟아 굉음과 함께 과열로 인한 불길이 번졌다.
초등학교 때 야구선수로 뛰었던 한 씨는 20살 때부터 사회인 야구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한 씨는 화재 차량 유리창을 깰 도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신의 승용차에 있던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시민 A 씨에게 가져다 줬다.
A 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불이 난 차량에 접근해 수차례 문을 열어보려했지만 안에서 굳게 잠긴 문을 꼼짝하지 않았다. A 씨는 큰 돌덩이를 가져와 차량 뒷좌석 창문을 깨트렸지만 박 씨에게 접근하기엔 무리였다. A 씨는 때마침 한 씨가 건네 야구방망이로 차량 유리창을 때렸지만 쉽게 깨지지 않았다.
박 씨가 화재 차량에서 탈출한 순간 도착한 소방과 경찰은 화재진화와 사고처리를 끝내 긴박했던 구조상황이 10분 만에 정리됐다. 경찰관들이 도착할 당시 A 씨는 구조작업으로 기진맥진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