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하지만 올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 회원국 영토에 처음 미사일이 떨어져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한때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와 러시아 간 직접 대결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이다.
폴란드 라디오방송 ZET는 이날 경로를 벗어난 미사일 2발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6.4km 떨어진 폴란드 동부 마을인 프르제워도우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 외무부는 이 미사일이 “러시아제”라며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해명을 요구했다.
러시아 투데이(RT)가 공개한 폴란드 미사일 폭발 현장 사진.
미국과 나토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의 의도적인 공격으로 판명되면 나토 차원의 군사적 대응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나토 규약 5조는 동맹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하는 집단 안보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요국 정상들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궤도상 러시아에서 발사된 것 같지 않다. (조사 내용을) 두고 보자”고 말해 긴장감이 다소 완화됐다. 이어 미국 당국자 3명이 “예비 조사 결과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전력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러시아군 미사일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옛 소련에서 개발한 S-300 지대공미사일일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과 러시아에서 만든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미사일로 무차별 공습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점령한 지 8개월 만에 퇴각하는 수모를 겪은 러시아가 침공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퍼부은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폴란드 인접 도시 서부 르비우 등 최소 12개 지역이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는 에너지 기반 시설을 집중 겨냥해 최소 15곳이 파괴됐다. 700만여 가구가 정전을 겪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다.
미국이 파악한 대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에 대응해 쏜 미사일이 폴란드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사망자 2명이 발생한 만큼 우크라이나도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이번 미사일 공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끔찍한 미사일 공격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