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 “시간 두고 검토” 입장 밝혀 英CMA는 “독과점 우려” 보류 판정 업계 안팎 “자국 이익 챙기기 노선 조정 등 요구 조건 내건듯”
영국에 이어 미국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연장하면서 합병 절차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두 나라가 이번 합병을 까다롭게 심사하는 배경에는 자국 항공업계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의 기업결합 심사는 절차 시작 후 75일 내에 결과를 내도록 돼 있지만 이 시한을 넘기게 된 것이다. 대한항공은 8월 말에 자료를 제출하고 최근 임원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 기업결합 심사의 경우 사안도 크고 관련 인터뷰도 지난주에 마무리됐기 때문에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국가의 기업결합 심사도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급할 이유가 없다”고 반응했다.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미국과 영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보다는 절차를 지연하면서 자국 산업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보유한 미주 노선 수를 줄이도록 요구해 미국 항공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항공운항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웅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자국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고, 더 나은 협상 조건을 내걸 것”이라며 “영국, 미국의 결과가 다른 나라의 심사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해 대한항공도 관계당국과 물밑 접촉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4개국이다. 이 중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의 경쟁당국은 결합을 이미 승인했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나머지 미국,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 5곳에서는 여전히 심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모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핵심 노선이 운영되는 나라들이다. 그래서 이들 나라의 경쟁당국이 결합을 불허하거나 일부 노선 반납 등의 조건을 내걸 경우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