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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집값 20% 폭락 가능”… 생산자물가 둔화 등 인플레 완화 조짐

입력 | 2022-11-17 03:00:00

댈러스 연은 “모기지 금리 상승 영향
집값하락→소비부진 경착륙 우려”
소비자 이어 생산자물가 상승 꺾여
내년 상반기 금리인상 중단 기대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 미 집값이 고점에서 약 2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집값이 급락하고 고금리가 계속되면 미 가계 소비가 줄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수준이라 소비부진은 성장률 악화로 이어진다.
○ 댈러스 연은 “최악의 경우 집값 20% 하락”
15일(현지 시간) 댈러스 연은의 엔리케 마르티네스가르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5∼2007년 집값 상승기와 최근의 집값 상승폭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최악의 경우 집값이 15∼20%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집값은 올 2분기(4∼6월)에 2013년 1분기(1∼3월)보다 94.5% 상승했다.

최근 미 집값은 모기지 금리 상승과 함께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모기지 금리는 올 1월 3%대에서 최근 7.08%로 치솟았다. 지난달 발표된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한 달 전보다 1.1% 떨어졌다. 7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전월 대비 하락세다. 이는 201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전월 대비 하락이었다.

모기지 금리 상승은 소비 부진과 직결된다. 댈러스 연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개인 가처분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의 상환 비중은 3.9%였다. 이 수치는 올 3분기에 6%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댈러스 연은은 집값이 15∼20% 하락하면 미 소비지출이 0.5∼0.7%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마르티네스가르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시기 (경기부양책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급격하게 오른 집값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맞아 미 경제의 취약점으로 부상했다”며 “물가 안정과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연준의 연착륙 과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미 인플레는 완화 조짐
연준의 연착륙이 성공하려면 미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빨리 둔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히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신호가 보이고 있다.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7.7%를 기록해 올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8.0%로 9월(8.4%)보다 낮아졌다. 생산자물가의 상승세 둔화는 그간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공급망 병목 현상이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예측에 따라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연준이 내년 상반기에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아예 인하하는 ‘피벗(정책 전환)’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때 미 기준 금리가 내년 6%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은 쑥 들어갔다. 5%대 초반이냐 4%대 후반이냐를 두고 투자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미 구인난에 따른 서비스 물가 상승 우려는 남아 있다. 15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서방의 러시아 원유 제재로 원유 공급 축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날 미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1.22% 올랐다.

연준 인사들은 시장의 섣부른 피벗 기대감을 경계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아직 연준 목표치(2% 물가 상승률)에 도달하기 위한 충분한 긴축을 하지 못했다.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