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2년뒤 가동 美공장서 조달” 미중 갈등 격화에 생산 차질 우려 애플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미국 애플이 현재 중국 등 아시아에 몰려 있는 제조 기반을 미국 유럽 등으로 전환하는 ‘피벗(정책 전환)’을 시작했다고 15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애플 대표 상품 아이폰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다. 아이폰 맥북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같은 핵심 부품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대만 TSMC 등 아시아 기업에서 공급받는다. 미중 갈등 격화로 인한 공급망 타격, 중국의 극단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자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독일을 방문해 현지 직원들에게 미 서부 애리조나주에 있는 공장에서 반도체를 조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공장이 2024년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유럽 시장에서는 유럽 반도체를 조달해야 한다”며 유럽에 반도체 생산 기반을 구축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쿡 CEO가 반도체 조달 계획을 밝힌 애리조나 공장이 정확히 어느 회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는 TSMC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쿡 CEO 발언이 보도된 직후인 16일 뉴욕 증시에서 대만 TSMC 주가는 10.6% 급등했다. 미 반도체 업체 인텔도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지만 최근 애플과 소원한 상태여서 반도체 조달 가능성이 크지 않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애리조나 외에 독일에도 공장 건설 터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 중국 정저우 공장에서 최근 대규모 근로자 이탈이 발생한 것도 타격을 안겼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공장 내 확진자가 늘어 봉쇄되자 근로자들이 공장을 떠나 귀향했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 정보 당국은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가 끝나는 2027년 이전에 대만 무력 통일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때 대만에 있는 TSMC 공장이 중국의 ‘제1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쿡 CEO는 “세계 반도체의 60% 이상이 대만에서 공급된다. 한곳에서 60%를 생산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애플이 미국 내 공장에서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면 그간 중국 등에서 이뤄진 조립을 비롯한 나머지 공정도 미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은 중국보다 더 들지만 ‘리스크(위험 요소)’가 적은 편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에 25%에 달하는 세액공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