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닥터헬기 오해와 진실 이강현 연세대 응급의학과 교수 인터뷰 도입 후 중증외상 생존율 두배로… 뇌중풍 등 치료기간 줄여 비용 절감 美 900여 대… 국내에선 7대 운영… 헬기이용 비용은 국가가 전액 부담 생명 살리기 위한 소음 양해해주길
국내에서 닥터헬기 도입을 처음 주장했던 이강현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병원 옥상에 있는 닥터헬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공
―닥터헬기는 어떤 역할을 하나.
―주로 어떤 환자가 닥터헬기로 이송되나.
“3대 중증 응급환자가 중증외상, 뇌중풍(뇌졸중), 심근경색 환자이다. 헬기 이송 환자의 63% 정도가 3대 중증 응급환자들이다. 그중에서 제일 많은 것이 29%를 차지하는 중증외상 환자다. 뇌중풍이 17%, 심근경색이 17% 정도 된다. 이 외에 심정지나 패혈증 등의 중증 응급환자들이 닥터헬기로 이송된다. 시간이 곧 생명인 이런 질환들에 있어서 닥터헬기는 골든타임 내에 처치할 수 있는 날아다니는 응급실이라고 할 수 있다.”
―닥터헬기 도입을 처음에 주장한 계기가 있었나.
“이송이 늦어 사망하는 환자들을 많이 봤다. 특히 중증외상 환자들이 구급차에 실려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차가 막혀 도중에 사망하는 일이 많았다. 우리 병원은 강원 원주시에 있는데 임신부가 강원 삼척시에서 대관령을 넘어오다가 눈 속에 갇혀 죽기도 했다. 그렇다고 취약 지역에 병원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결국은 닥터헬기가 답이었다. 우리 병원은 2013년부터 시작했다. 올 5월에 2000회 출동을 달성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살렸다. 특히 중증외상 환자들은 과거 구급차로 이송할 때보다 생존율이 약 두 배나 높아졌다. 또 뇌중풍, 심근경색 환자들도 치료 기간을 단축해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낮췄다. 늦게 도착하면 죽었을 환자 중 10명만 살려도 정부가 지원하는 닥터헬기 1곳의 예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국내 닥터헬기 현황과 해외 닥터헬기 운영 실태가 궁금하다.
“외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닥터헬기 운영이 시작됐다. 미국은 닥터헬기를 900대 이상, 독일은 100대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닥터헬기 57대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7대를 운영 중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한국도 인구 대비해서 28∼30대 정도 닥터헬기를 운영해야 한다. 전국 곳곳의 중증 응급환자에게 응급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최소 12대 정도는 있어야 된다. 경남과 강원 영동 지방엔 닥터헬기가 아예 없다. 12월 제주도에 1대가 추가 운영될 예정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닥터헬기는 이용료를 많이 내야 하나.
“무료다. 간혹 응급 상황임에도 혹시 비용을 많이 지불할까 봐 두려워서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다. 닥터헬기는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된다. 중증 응급환자가 언제든지 이용하면 그만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데 애로 사항이 있다면….
“소음이다. 소리와 관련된 민원이 가끔 들어온다. 아무래도 헬기가 크니 소음이 많이 난다. 그래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불편할 수 있다. 헬기가 날아가는 이유는 생명이 위급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헬기 소리를 소음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소리’로 인식해 주면 좋겠다. 닥터헬기를 통해서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만큼 닥터헬기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추가 지원도 절실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