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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웨아의 꿈, 아들이 이뤄주다

입력 | 2022-11-17 03:00:00

[2022 카타르 월드컵 D―4]
1990년대 세계 최고의 공격수
막상 월드컵 한번도 못 갔지만
티머시가 미국대표 뛰며 한풀이



조지 웨아


조지 웨아 라이베리아 대통령(56)은 축구 선수 출신이다. 선수 시절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AC밀란(이탈리아),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등 유럽 리그 명문 클럽에서 뛰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로 뽑힌 적이 있고,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도 수상했다. 유럽이나 남미 국가 출신이 아닌 선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건 1995년의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세계 톱클래스 공격수였다.

하지만 웨아 대통령도 선수 시절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바로 월드컵 출전이다. 개인 기량은 세계 최정상급이었지만 조국 라이베리아가 축구 약체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 서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 라이베리아는 지금도 FIFA 랭킹이 150위로 21일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 무대 출전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웨아 대통령은 2000년부터는 선수이자 감독으로 라이베리아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힘을 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 최종 예선까지 올랐지만 나이지리아에 승점 1이 뒤져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당시 그는 라이베리아 대표팀 훈련과 대회 출전 비용 약 200만 달러(약 26억 원)를 사비로 부담하기도 했다.

티머시 웨아

아버지가 선수 시절 못 이룬 꿈을 아들이 대신 이뤘다. 웨아 대통령의 아들 티머시 웨아(22)가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다. 라이베리아가 아닌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선다. 프랑스 리그1 클럽인 릴에서 뛰고 있는 티머시는 미국 뉴욕에서 나고 자랐다. 12세 때 미국 유소년 대표팀에 선발됐고 이후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2018년 성인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티머시가 축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웨아 대통령의 부인 클라르 여사는 유년기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프랑스계 자메이카인이다.

183cm의 공격수인 티머시는 빠른 발과 부드러운 볼 터치가 강점이다. 국가대항전인 A매치 25경기에서 3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티머시는 15일 “아버지는 라이베리아를 대표해 월드컵에 나가고 싶어 하셨지만 기회가 없었다. 이제야 나를 통해 한을 풀었다”며 “2022년 월드컵은 내게 큰 축복이다.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카타르에 도착한 웨아 대통령 부부는 카타르에 머물며 아들이 뛰는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