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손 퇴각 러, 우크라 무차별 공습 확전 우려에 국제사회 한때 초긴장 바이든 “러서 발사된것 같지 않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약 100발의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가한 1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의 국경 마을에 미사일 두 발이 떨어져 2명이 숨졌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16일 나토 긴급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초기 조사 결과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은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려던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로 보인다”며 “의도적인 공격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나토를 상대로 공격적인 군사 행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조짐은 없다”고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폴란드 측이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군이 미사일을 오발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번 사고는) 우크라이나의 잘못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불법적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흔적 증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 공동 조사 및 폭발 현장 접근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과 나토 동맹들에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의 방공 미사일”이라고 알렸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정상과의 긴급 회담을 마친 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발리=AP/뉴시스
폴란드 라디오방송 ZET는 이날 경로를 벗어난 미사일 2발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6.4km 떨어진 폴란드 동부 마을인 프셰보두프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 외교부는 이 미사일이 “러시아제”라며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해명을 요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미국과 나토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의 의도적인 공격으로 판명되면 나토 차원의 군사적 대응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나토 규약 5조는 동맹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하는 집단 안보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요국 정상들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궤도상 러시아에서 발사된 것 같지 않다. (조사 내용을) 두고 보자”고 말해 긴장감이 다소 완화됐다. AP통신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전력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러시아군 미사일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미사일이 옛 소련에서 개발한 S-300 지대공미사일일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과 러시아에서 만든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미사일로 무차별 공습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점령한 지 8개월 만에 퇴각하는 수모를 겪은 러시아가 침공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퍼부은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폴란드 인접 도시 서부 르비우 등 최소 16개 지역이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는 에너지 기반 시설을 집중 겨냥해 최소 15곳이 파괴됐다. 1000만여 가구가 정전을 겪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