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대부분 포착 어려운 지하 단층서 발생 발생 전까지 뚜렷한 증후 없어 대비 어려워 ‘지진 유발 단층’에 대한 사전조사 철저히 해야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지난달 29일 우리나라 중부 지역과 수도권, 강원, 전북 일원을 강하게 흔든 리히터 규모 4.1의 지진이 있었다. 토요일 아침 한가로운 휴일을 맞이하던 많은 국민들이 강한 지진동에 크게 놀랐다. 이번 지진은 충북 충주시로부터 남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충북 괴산에서 발생했다. 2017년 규모 5.4 포항 지진 이후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큰 지진이다. 진앙 인근에서는 진도 5에 이르는 흔들림이 있었고, 가옥 파손 등 재산 피해도 있었다.
이번 지진은 지하 12km 깊이에 서북서-동남동 방향으로 발달한 가로 3km, 높이 2km의 단층면이 수평 방향으로 부서지며 발생했다. 단층면의 기울기는 수직에 가깝다. 본진 발생 16초 전에는 동일한 단층면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본진으로부터 북서쪽으로 500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본진 이후 1시간 동안 탐지된 여진은 42회에 이른다. 1978년 이후 지진 관측 기록에 따르면 괴산 본진 반경 10km 이내에서 규모 2.0이 넘는 지진은 보고된 적이 없다. 지진 안전지대라 여겼던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인 셈이다.
내륙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민가 등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지진처럼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지표에 드러나 있지 않아 단층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사전 대비와 발생 예측이 어렵고 그 위험성도 크다. 특히 단층의 크기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진의 크기 추정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지하 단층을 찾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지하 단층에서 발생하는 미소 지진을 탐지하고, 이러한 미소 지진 발생 범위를 추적함으로써 지하 단층의 크기와 자세를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진 발생 빈도가 높지 않거나 단층에 가까운 거리에 가동 중인 지진 관측 장비가 없는 경우엔 미소 지진 탐지도 어렵다.
탄성파 탐사와 지구물리 탐사와 같이 특정 지역 하부를 세밀하게 영상화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주 지진과 괴산 지진처럼 지하 12∼13km 깊이의 깊은 단층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런 방식은 제한된 좁은 지역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국토 전체에 적용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단층에 대한 정밀 조사는 지진 발생 후에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손실이 발생한 후 이뤄지는 터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정부는 경주와 포항 지진을 계기로 지진 유발 단층을 찾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도로 지표에 드러난 단층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기상청은 지하 단층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세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경주 지진 진앙과 원전 주변에 대한 정밀 단층 조사와 지진 탐지를 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과 영남 지역의 지하 단층 조사와 지진 발생 특성 조사가 마무리됐다. 현재는 강원지역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이뤄질 이 연구 후에는 충청, 전라, 제주 지역으로 차례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정확한 조사는 필수다. 이러한 자료 축적이 미래 지진 재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조사 결과는 또 우리나라 기반시설 구축 등에 유용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 당면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마련도 그중 하나다. 3∼5km 지하에 건설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큰 위협요소가 될 지하 단층 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다.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다음 날 예정된 수능이 1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예고 없이 발생하는 지진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재해 발생 전 착실한 준비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