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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지도 못해 미안”…확진 수험생 부모들 ‘눈시울’

입력 | 2022-11-17 09:51:00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인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숭덕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으로 확진 수험생을 태운 119 구급차가 들어가고 있다. 2022.11.17/뉴스1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광주·전남 수험생 중 111명이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있다.

수능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자녀들의 확진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은 별도시험장으로 수험생을 바래다주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확진자 수험생 시험장으로 분류된 전남 순천 인제동 순천고등학교 정문에는 적막감만 가득했다.

학교는 크지만 이곳에선 딱 8명의 확진 수험생이 수능을 보게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능 열기로 붐비던 순천고이었지만 교사와 선후배간 응원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확진자 수험생 시험장으로 분류된 전남 순천 인제동 순천고등학교 정문에서 오정식 수능 감독관이 수험생 인적사항을 체크하고 있다.2022.11.17/뉴스1


주변에는 ‘수능아 덤벼라, 수능대박 가즈아~!’, ‘꿈이 현실이 되는 날, 수능 대박 나세요!’라고 적힌 현수막 2장만 내걸려 있었다.

이날 순천고에는 감독관 2명과 경찰 2명 등이 배치됐고, 이들은 확진자 수험생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시험장으로 안내했다.

학부모들은 ‘이따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시험 잘 보고와’, ‘우리 딸 파이팅’, ‘긴장하지 말고~’라며 수험생들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확진자 수험생의 아버지 고재민(53)씨는 “수능 일주일을 앞두고 코로나에 확진되는 바람에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며 “그래도 컨디션 잘 유지해서 부담없이 평소대로, 긴장하지 말고 시험 잘 봤으면 한다”고 자녀를 격려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인 17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 별도 시험장인 광주 남구 인성고등학교로 확진 수험생이 들어가고 있다. 2022.11.17/뉴스1

수험생 윤청준군의 아버지인 윤영평씨(58)는 아들에 대한 미안함에 눈시울만 붉혔다.

후줄근한 츄리닝에 점퍼를 걸친 채 주머니에 양 손을 넣고 교문 밖에서 서성이던 윤씨는 수능감독관이 “교내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에 못내 발걸음을 돌렸다.

윤씨는 “저 때문에 아들이 코로나에 확진됐다”며 “수능 일주일 앞두고 참 미안할 따름이다”고 속상해했다.

그는 “아들이 오히려 무증상이라서 ‘괜찮다고, 걱정하지말라’고 했다”며 “평소 먹지 않은 아침밥도 챙겨주려했는데 안 먹고 나가서 더 신경쓰인다”고 걱정했다.

윤씨는 “매산고에서 시험을 치르기로 했는데 순천고로 오게 됐다. 장소가 바뀌면 본인도 얼마나 불편하겠냐”며 “아들이 아침에도 ‘아빠 결전의 날이네’라며 긴장하지 않은 척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좋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던 스스로 뿌듯하고 만족할 수있는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광주시교육청 26지구 별도1시험장인 광주 남구 인성고등학교 정문 앞도 한산하긴 마찬가지.

이곳에서 시험을 치르는 확진 수험생 33명은 코로나19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마스크를 코 끝까지 올린 채 홀로 걸어오거나 가족 차를 타고 주출입구 바로 앞에서 내려 황급히 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험생들은 체온관리를 위해 두터운 외투 대신 얇은 옷을 여러겹 껴입었다. 각 교실에는 4명의 확진 수험생이 2m 간격을 두고 시험을 치르고, 총 16명의 감독관들이 방호복을 입은 채 시험 감독에 나섰다.

광주시교육청 26지구 별도2시험장로 지정된 광주 광산구 숭덕고에서는 몸이 좋지 않은 수험생을 실어나르기 위해 응급차가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별도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르게 된 자녀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은 남달랐다.

학부모 김모씨(41·여)는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대화 자체를 많이 못하니 응원도 못했다. 시험을 잘 보고 오라고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못해 속상하다”며 “12년 동안 학업에 고생한 딸이 3일 전에 코로나19에 확진돼 눈 앞이 캄캄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행히 아침에는 고열과 오한이 없다고 했는데 잔기침은 계속 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래 컨디션으로 수능을 잘 치를 수 있을 지 걱정이다”면서 “할 수 있는 건 딸이 잘 할 거라는 믿음과 마음 속 응원인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수험생 학부모는 “다행히 증상이 심한 것 같지는 않은데 아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 되는 것 같아 며칠간 우울했다”며 “행여나 주변에 감염병을 옮길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아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병원이 아닌 학교에서 시험 응시하는 것만이라도 다행’이라는 아들의 말이 계속 떠오른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광주 40개 전남 53개 시험장에서 2023수능이 일제히 시작됐다.

광주 수험생은 1만6720명으로 38개 일반 시험장에서, 확진 수험생 69명은 2개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다. 전남 수험생 1만3995명은 21개 시·군의 46개 일반시험장에서, 확진 수험생 42명은 7개 별도 시험장에서 수능을 본다.

(광주·순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