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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결과로” 박지성이 손흥민에 보낸 묵직한 메시지[김배중 기자의 볼보이]

입력 | 2022-11-17 11:45:00


박지성(왼쪽에서 두 번째)이 16일 카타르 도하 알 비다 파크 내 국제축구연맹(FIFA) 팬 페스티벌 장소에서 열린 FIFA 박물관 특별전시회 개관식에서 ‘축구 레전드’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저로서는 아마 2006년 월드컵일 것 같아요….”

카타르 도하 알 비다 파크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국제축구연맹(FIFA) 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한 박지성(41)에게 ‘온전치 않은 몸으로 큰 대회에 나서야 하는 심정이 어떻겠냐’는 질문을 던지자 박지성은 2006년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독일 월드컵에서 박지성은 발목이 좋지 않았지만 투혼을 발휘해 조별리그(G조) 2차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1-1 동점을 만드는 골을 넣었다.

박지성은 “100%의 몸을 갖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섰던 기억이 있다. 손흥민 역시 100%가 아니기에 심리적 부담을 갖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역시절 산전수전 다 겪은 박지성이다. 그는 “어쨌든 프로 선수다. 다른 핑계를 댈 수 없고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모습만으로 평가를 받아야 된다”고 했다. 덧붙여 다시 “그런 만큼 더 힘들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 선수들이나 또 더 많은 팬들이 같이 더 응원을 해준다면 그게 선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가장 믿을만한 옵션이다. 그만큼 한때 대표팀에서 지금의 손흥민 역할을 했던 박지성도 그런 손흥민이 더 책임감을 갖고 대표팀을 이끌기를 바란다. 손흥민이 16일 마스크를 끼고 훈련을 시작한 상황에 대해 박지성은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이 가장 아쉽다.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한다는 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100%의 손흥민이 아니라는 점에서 너무나 아쉽다. 그나마 다행인 건 월드컵에 참가해 대표팀을 위해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마스크) 적응만 잘 된다면 우리로서는 (손흥민이) 아주 훌륭한 무기고 대표팀의 가장 위력적인 선수다”라고 했다. 손흥민의 심적인 부담감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그렇지만 이겨내자’는 속마음을 건네는 것이다.

얼굴을 보호하는 특별마스크를 끼고 16일 훈련에 임한 손흥민. 미국 작가 존스턴 매컬리의 소설 속 인물인 ‘쾌걸 조로’를 닮은 모습에 ‘캡틴 조로’라는 별명이 붙었다. 손흥민 인스타그램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를 앞둔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의 24시간 전까지는 앞서 대한축구협회가 12일 발표됐던 최종명단을 불가피한 경우 수정할 수 있다. 한국에게 ‘불가피한 경우’는 손흥민의 부상 정도가 심해 월드컵에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오현규(21·수원)를 27번째 예비선수로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동행시켰다. 각국 대표팀 선수들의 등번호가 공개된 이후 첫 날인 16일 오현규는 등번호가 없는 채 훈련을 했다. 같은 날 있던 단체사진 촬영에 빠질 뻔 했지만 선배들이 “현규도 이리 와”라고 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런 오현규에 대해 박지성은 “어린 선수고 충분히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최종명단에 끝내 들지 못하더라도 이곳에서의 또 다른 경험이 분명 오현규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상황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덧붙여 “다음 월드컵에서 오현규에게 앞으로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손흥민이 빠지는 상황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다.

선배의 마음을 이해한 걸까. 이날 카타르에서의 첫 훈련을 소화한 손흥민은 “운동을 쉰 건 열흘 정도밖에 안 된다.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술이라는 게 몸을 망칠 일인데 수술도 잘 됐다.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이 자리까지 왔다. 토트넘에서도 스프린트까지 큰 문제없이 했다”고 말했다. ‘매번 상황을 지켜보고 차근히 준비해야 될 것 같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중간 중간 섞였지만 카타르에 온 이상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였다.

도하=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