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면서 출제·검토위원들의 39일 동안의 ‘감금 합숙 생활’도 종료된다.
지난해 수능에서 출제 오류로 초유의 ‘빈칸 성적표’ 사태가 발생하고,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오류가 재발하자 당초 계획보다 검토진을 추가로 보강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시험에 관련된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500여명은 이날 오후 5시45분 일반 수험생의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시험이 종료되면 합숙에서 풀려난다.
출제위원단이 먼저 문항을 만든 뒤 검토위원단을 통해 두 차례의 검토와 수정을 거쳐 최종본을 제출한다.
다수의 조건이 활용되거나 다양한 풀이 방식이 존재할 수 있는 ‘고난도 문항’에 대해선 추가 검토가 이뤄진다.
수능 출제와 관련한 사항은 일체 기밀이라 합숙 장소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으며 정확한 인원 규모 역시 시험 종료 전까지 비밀에 부쳐진다.
합숙이 시작되면 외출하거나 통신 기기를 일체 사용할 수 없으며, 모든 전자기기는 반납해야 한다.
문제를 유출하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수능 출제진은 이날 시험을 위한 문제만 내는 게 아니다.
수능이 연기됐던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2018년 시행된 2019학년도 수능부터 예비문항을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본시험 문제를 출제한 뒤 다시 별도의 예비문항 한 세트를 더 만들었다.
출제 기간이 지난해보다 이틀 늘었고,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진단검사 절차로 인해 하루가 더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수능 출제진의 합숙 기간은 지난해 36일보다 사흘 늘어난 39일이 됐다.
사회·과학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자문위원단은 지난해 8명에서 올해 19명으로 확대됐다.
지난 3월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제도 개선 방안’에선 4명을 보강할 계획이었지만, 이보다 많은 11명을 더 늘린 것이다.
평가원은 앞서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지구과학Ⅱ’에서 다시 출제오류가 발생한데 따른 것이라 설명한다.
당시에도 지구과학 분야 검토 자문위원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 상태에서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
오류가 발생한 문항이 ‘고난도 문항’으로 분류되지 않아 신설된 추가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수험생들은 이날 시험을 마친 직후부터 오는 21일까지 닷새 동안 문항과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심사 기간은 지난해보다 하루 길어진 13일이다. 정답은 오는 29일 확정된다. 이 역시 지난해 출제오류 사태로 인해 마련된 보완책의 일환이다.
올해로 30년째를 맞은 수능에서 출제오류는 2004학년도 언어(현 국어) 영역을 시작으로 총 9차례 발생했고, 교육부는 올해 3월까지 네 차례 개선안을 내놓았다.
[세종=뉴시스]